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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리 Jul 19. 2024

비 오는 날이 좋아진다면

어젯밤 뉴스에선 장마를 예고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희한하게도 일기예보가 날씨를 맞춘 적은 없지만 지금껏 살면서 축적된 데이터를 보면 

장마철의 주말은 항상 비가 내렸던 것 같다. 토요일 아침. 역시나 어김 없이 창가엔 빗방울이 맺혀있다. 

차츰 비는 거세지더니 거리의 사람들 마저도 휩쓸고 간듯한다. 

비가 내리는 까닭에 밖으로 나갈 이유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다행이다. 

이렇게 별일 없이 주말을 보내는 일도 퍽이나 괜찮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좋아하게 되었다. 

거추장스러운 우산도 출근길에 손에 꽉 쥐고선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토닥토닥 거린다.

그 소리가 위안이 되어서일까? 우산 아래에서 일상에서 잃어버렸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런 추한 모습일지라도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알아볼 이가 없다는 게 다행이다.

그저 우산을 들고 남들과 같은 떨어지는 비 사이를 걸어가는 수많은 행인 중 한명일 테니깐.


아 그러고 보니 가끔은 거창하게 쏟아져내리는 굵디굵은 비를 하염없이 맞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릴 적에는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머가 그리도 좋았는지 깔깔거렸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감정들이 모호해졌다. 이것은 수많은 경험에서 비록 된 부산물이라 탓할 곳이 없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낭만을 더욱이 찾는 것 같다. 


어느 순간, 거세개 내리는 비를 보며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른다면 미친척하고 비를 맞아보자. 겹겹이 쌓여있던 감정을 한 올 한 올 풀어헤치고서는 낭만에 젖어 해방의 의미를 떠올려보자. 


(@912_guk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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