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허투루 쓰는 것에 대해서 몹시 못 견뎌해 한다. 오죽하면 술을 업무처럼 밤새면서 마실까. 그러한 사람들 속에서도 유독 느리게 걷는 사람들이 있다. 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마주치는 슬로 시티와 같은 여유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취업준비로 최근까지 바삐 살았던 나에게 보상이라도 하는 듯 요즘은 부쩍이나 느린 걸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떤 날에는 집안에 박혀 몇 날 며칠을 집밖으로 안 나가는가 하며, 또 한 번 나가기 시작하면 몇 날 며칠을 전국 오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는 일을 번갈아 하며 살고 있다.
한 번은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을 때 있다. 목적지는 속초로 정해두고 가는 길은 마음 가는 대로 정했을 때였다. 그러다 중간에 정선읍을 지나쳤는데 산이 험준한고 계곡이 구불구불 줄을 지어내려 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외진 길로 조금 더 들어가니 마을 한 어귀에서 밭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마을은 차도가 있지만 차가 다니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고요히 흘러가는 마을이 만들어 낸 분위기가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었다. 그러다 경운기가 돌아가는 기계소리와 저기 뙤약볕 아래에서 밭일하는 사람들의 구슬땀이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이 적막함을 깨고 흘러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고즈넉함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언제부터인가 좋아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분은 여행을 떠나야만 느낄 수가 있었는데 우리가 평소 다니던 길, 장소,
이 모든 행동반경에서부터 완전히 이탈하여 새로운 공간에서 고립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적인 삶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든 무수한 관계 속에서 고립되기도 한다.
가끔은 일상으로부터 이탈도 필요한 법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관계에 엮어서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관계가 만들어 낸 거미줄에 엉퀴성퀴 섞여 본연의 존재의 의미를 망각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아주 가끔이라도 좋으니 여행을 떠나보자.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것들에 대해 잠시 멈춰 서서 느껴보자. 그러함으로써 반갑게 맞이하자 새로운 나의 모습을.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 삶이라는 빠른 시간에 치이는 것 같을 때 되돌아보자.
우리가 멈춰 섰던 순간들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