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부쩍이나 많아진 요즘, 어떻게 써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퇴사하기 전에는 그렇게도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막상 주어지니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돈도 써본 놈이 써본다고 시간을 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시간을 사용하라고 하니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한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은 우선 침대 위에서 반나절을 보내는 일이다. 그렇게 시간을 죽임으로써 남은 시간을 그나마 적절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시간을 죽이는 일은 달콤하면서 씁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기엔 온몸을 쬐어오는 햇빛에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아 문 앞에 서는 것만으로 버거워진다. 낭비할 수 있을 때 낭비하는 것도 그때 그 시기뿐이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유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거룩하기도 한 나태함이 몸을 지배할 때는 온 힘을 다해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그럼으로써 나태함 속에 숨어 지내던 열정이라는 단어를 찾아내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정이 되겠다.
때론 그 과정은 무의미한 행동처럼 보이기도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무의미한 행동을 없을 것이다. 점과 점이 만나 하나의 선을 잇듯이 무의미한 행동이 도화선이 되어 유의미한 일을 만들지도 모르니 말이다. 세상은 그렇게 발전해 왔다. 세상은 그렇게 무에서 유가 만들어졌다. 세상은 그렇게 기억되어 왔다.
지금의 여유는 언젠가 못돼 먹은 습관으로부터 벗어나 정리되지 않은 무질서한 일상에 하나의 규율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때는 지금의 여유가 그리워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