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해서 요즘은 글이 적어지지 않습니다. 더 솔직히 말해서 글감조차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상에 앉아서 이리저리 타자를 쳐 내려가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백키를 누르고는 어느새 제자리걸음이 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 똑같은 짓을 반복합니다.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쓰려고 하니 의욕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의욕을 인질 삼아서 글을 적는다고 해서 꼭 좋은 글이 탄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통 바쁘지 않아서 오히려 무기력 해지는 것 같습니다. 무기력함이 어느새 나태함이 되었고 그렇게 반복해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이 삶이 익숙해진 탓일까요. 해야 할 일들을 나중에 미루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어디서부터 망가졌는지 생활습관도 엉망진창이 되었어요. 방안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먼지들이 유독 눈이 띄게 늘어났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흐리멍덩한 게 꼭 저를 닮은 듯합니다.
막막한 시간들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는지요. 우선 무기력하게 만 들것들로부터 정정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것. 즉 정면돌파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 내고 그 위에 새로운 것들로 채워보는 겁니다. 그렇게 새로움이 주는 산뜻함으로 변화를 일으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 될 듯합니다. 두 번째는 못 참을 만큼 막막한 시간들을 견뎌내는 것, 자극적인 것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무미건조한 시간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자신 안에 존재하는 그릇을 바꿔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듯합니다.
이 글을 적으면서 익숙한 것에 대해서 지겨워하며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것이 참으로 권태기에서 느끼는 감정과 참으로 닮아 있다고 느껴집니다.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이전 사랑에서는 어떠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때와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려 합니다.
방황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젊음의 증거이며, 누군가에게 비합리적이다고 여겨지는 것이 가끔은 큰 힘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