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늘 앞으로 흐른다. 뒤로 돌아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에 머무르는 것은 생애 좋았던 순간에 머무르고 싶었던 마음이다. 현실은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앞으로만 흐른다. 현재 순간이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한때에 나는 과거에 얽매어 벗어나지 못한 때가 있었다. 자기에 대한 혐오가 지배했을 때 무기력함과 좌절감 그리고 알 수 없는 분노가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래, 바닥이었다. 아니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더 이상 바닥이 아니었음을 깨우쳤을 때는 끝없는 추락을 실감했었다.
24년 그해 여름의 끝자락에서 지옥의 초입을 맞이했다. 몇 해 전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눈이 멀었고 이성적인 판단의 범주에서 벗어난 감정에 의한 결정은 -3억이라는 손실을 가져다주었다. 욕심이 만든 또 다른 자아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였고 한번 늪에 빠져 버린 발은 헤어 나오려 할수록 더 깊숙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멘털이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당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다. 그 이유는 10년간 일하면서 악착같이 모았던 피 같은 돈이 마치 신기루처럼 한 순간에 증발해 버렸으니 도저히 맨 정신으로 버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10년간의 시간이 마치 부정당하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돈을 모으기 위해 사람도 만나지 않으며 하고 싶은 것들을 꾹꾹 참으며 모았던 돈이 허무하게 사라졌으니.... 심지어 최근에 퇴직을 하면서 당분간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무릎 수술을 하게 되면서 알바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는지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을 하던 절망적인 여름이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쉽게 쉽게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이 있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어떠한 바람이 불어서인지 가고자 하는 길을 순풍처럼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세상의 모든 불합리함을 혼자 다 짊어진 것과 같이 고통의 겹겹이 쌓아 매 순간 난제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기꺼이 삶에 대해서 정면으로 마주할 것이다. 마치 신이 성공의 이름을 짊어질 수 있는 재목인지 판단하기 위해 크나큰 시련을 부여한다고 믿는 것처럼.
비록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인생을 일률단편적으로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삶 속에 숨은 의미가 참으로 다채로운듯하다. 인생을 짧은 호흡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극히 인생의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마치 마라톤처럼 긴 호흡을 가지고 인생이라는 굴곡을 여행할 수 있는 용기와 어떠한 시련 앞에서도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 때론 그 여정에서 힘이 부쳐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가는 길 앞에 막아선 장애물을 부수든 뛰어넘든 나아가야 한다. 결국 시련이라는 의미는 관점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듯이, 행복이라는 단어 또한 결국은 불행이 없다면 그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불행한 순간도 삶의 일부이니 기꺼이 이 모든 순간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