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there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거울의 방은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꼽힌다. 황금빛 몰딩이 벽을 감싸고, 정교한 샹들리에가 높은 천장 아래서 빛을 쏟아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거울들은 창으로 들어온 햇살을 받아 반사되며 공간 전체를 눈부시게 물들인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숨을 삼킨다.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광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을 휘감고 사람들은 셔터를 누르며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반짝이는 빛 속에서도, 내 모습은 김 서린 거울에 비친 형상처럼 흐릿하고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양 옆의 거울들이 내 모습을 비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진짜 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내가 있지만, 나는 그 어디에도 없다. 거울은 내 모습을 끝없이 복제한다. 한쪽을 돌아서면 또 다른 내가 있고, 그 옆에도, 또 옆에도 내가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는 아니다.
낯선 느낌이 나를 휘감아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본다. 금빛 갑옷을 입은 왕, 전리품 앞에 선 장군, 권력과 찬란한 시간 속에 박제된 역사. 그들은 미동도 없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 시선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초라함에 어깨를 움츠린다.
사람들은 움직인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옆 사람과 웃으며 지도를 보며 다음 길로 향한다. 또 몇몇 사람들은 우산을 든 가이드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들 사이에서 나만 길을 몰라 멈춰 서 있다. 화살표도, 안내판도 보이지만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마신다.
수없이 복제된 모습들 사이에서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만나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너무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서 나를 찾아왔던 것이 아닐까. 나의 모습은 늘 다른 이들의 기대와 기준에 맞추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점차 놓치고 있었는지도.
고개를 돌려 다시 거울을 본다. 거울 속 희미했던 형상이 조금은 또렷하게 보인다. 다시 캔버스 앞으로 가니, 그림 속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듯한 기분이 든다.
찬란한 거울의 방 한가운데서, 나는 조용히 나를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