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탭)

매트 위의 순간

by 북극곰

나는 10년째 주짓수를 하고 있다. 도복을 입고 띠를 고쳐 매는 습관은 익숙하지만 아직도 매트 위에 서면 긴장이 된다. 수없이 넘어졌고, 다시 일어났으며 때로는 탭을 치며 운동을 하다보니 어느덧 벨트색이 세 번 바뀌었다. 짙어진 벨트색이 더 이상 초보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지만, 스파링을 할때마다, 기술을 배울때마다 어떤 변수가 나를 흔들지,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삶도 마찬가지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느낄 무렵, 뜻밖의 시련에 카운터를 당한다. 늘 하던 익숙한 방식으로 가드를 올렸지만 방심한 틈에 목이 조여 오고 만다. 처음에는 발버둥치며 버텼지만 지금은 탭을 친다. 그것이 더이상 실패나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시 숨을 고르고 돌아오기 위한 정직한 멈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의 산초는 말했다. "물러난다는 것은 달아나는 것이 아니며, 위험이 희망보다 앞설 때는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산초처럼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오히려 진짜 승리로 가는 길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겐 버거울 수 있다. 주짓수에서도 그렇다. 어떤 이는 가드를 잘하고, 어떤 이는 패스를 능숙하게 한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다르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있다. 비교는 의미 없다. 모두가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 역시 아직 완전히 찾지는 못했지만, 분명 나만의 무기가 있을 것이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압도하지 않더라도, 그 무기로 내 리듬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주짓수는 단순한 격투기가 아니다. 힘의 분배와 강약 조절의 싸움이며, 상대를 무너뜨리기보다 그 힘을 흘려보내고, 때로는 역으로 이용하는 기술이다. 나는 매트 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나와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나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열정을 분배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나는 매트 위에서 배운다. 주짓수는 몸으로 하는 대화이자, 순간마다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다. 겉으로는 힘으로 제압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힘을 빼고 상대의 흐름에 나를 실어보내거나, 그 힘을 되받아치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 억지로 흐름을 거스르면 쉽게 지치고 다치듯, 삶도 물처럼 유연해야 한다. 때로는 물러섬이 곧 이김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어떤 고통과 고난이라도 반드시 빠져나올 틈은 있다. 단단하게 조인 초크조차도, 어디엔가 공기를 통하게 하는 작은 틈은 존재한다. 삶도 그렇다.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을 때조차, 그 안에는 조용히 열려 있는 문이 있다. 그 문을 발견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숨이 트이는 방향은 반드시 존재한다.


주짓수에서 한 가지 기술만 계속 연습하면, 그 기술 하나만큼은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주짓수는 언제나 변화하고, 상대는 내가 기대한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기술만으로는 모든 상황을 버틸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신념만으로는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익숙함을 내려놓고, 때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던져야 한다. 유연함은 나약함이 아니다. 변화는 언제나 살아남는 방식 중 하나다.


스파링 시간은 5분. 그 시간 동안 나는 가진 것을 모조리 꺼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손가락 하나에도 힘이 남지 않을 때 비로소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숨이 차오르고 근육이 떨릴 때까지 온전히 살아내야 한다.


주짓수는 강함의 다른 얼굴을 가르쳐준다.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지치지 않는 사람이 진정으로 이긴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며, 그 끝에 블랙벨트를 거머쥔 사람이 진정한 위대한 사람이다. 꿈도, 삶도 마찬가지다. 누가 먼저 꿈을 꾸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감당하며 끝까지 나아간 사람에게, 시간은 결국 응답한다.


주짓수는 내게 가르쳐준다.

방향을 잃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며, 길을 다시 찾는 힘은 늘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믿는다.

상대는 내가 생각한 만큼 강하지 않고, 나는 내가 생각한 것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을.


방향을 잃더라도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다시, 도복을 입고 띠를 고쳐 맨다.

삶은 경기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매일 나를 시험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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