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쌈

세 친구의 조언

by 북극곰

요즘 나는 월남쌈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한 말, 여러 가지 고민들과 감정들을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차곡차곡 싸서 돌돌 말았다. 겉으로 보기엔 말끔하고 단정해 보였지만 속은 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몰라 그냥 접시 한쪽에 웅크린 채 있는 월남쌈처럼 나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었다.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고 그저 내 안에서 조용히 이 고민들이 삭아 사라지길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세명의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짭짤한 간장 같은 친구, 한 명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땅콩소스 같은 사람, 스위트칠리소스 같은 친구까지. 그들은 조용히 내 고민을 들어주었다.


"너 그거, 네 잘못이잖아."

간장은 냉철하고 현실적인 판단과 조언을 해주었다.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막상 실천하려 하니 마음이 더 움츠러들고 살짝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 말이 다 맞는 듯했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조용한 두려움이 자리해 라이스페이퍼 한 장을 더 돌돌 말고 싶었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난 널 믿어."


땅콩소스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었다.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그 말은 언젠가부터 내 발을 멈추게 하는 힘이 되어버렸다. 정말 고마운 친구지만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아닌 자꾸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만 머무르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위트칠리소스 같은 친구였다. 빨간색 옷을 입고 있는 그 친구는 처음에는 간장처럼 맵고 냉정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부드러운 말투, 공감하는 눈빛을 보며 반전 매력의 소유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내 고민을 조용히 듣다가 이렇게 물었다.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근데, 넌 결국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그 말에 잠시 멈췄다. 그리고 속에 싸둔 나를 다시 꺼내어 차근차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달콤한 위로 뒤에 숨겨진 명료한 질문 하나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그는 완전한 해답을 주지 않았다. 단지, 내가 바라봐야 할 방향을 스스로 찾도록 제시해 주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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