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망아지

허상에 갇힌 우월감

by 북극곰

들판은 언제나 열려 있다. 아침이면 햇살이 내려앉고, 바람은 풀숲을 휘저으며 지나간다. 그 속에서 망아지들이 한데 모여 뛰어놀았다. 서로 부딪히고, 장난을 걸고, 함께 달리는 것이 그들에게는 일상이었다. 그도 그들 속에 있었다. 처음엔 함께 뛰었다. 친구들과 어깨를 맞대고, 서로를 부르며 질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망아지의 질주는 달라졌다.


체격이 커졌고, 힘이 넘쳤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친구들의 속도가 느리다고 느꼈고 더 이상 어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달릴 때 옆을 돌아보거나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친구들이 그와 함께 가려고 해도 신경 쓰지 않거나 기다려주지 않은 채 앞만 보며 속도를 더 냈다.


오히려, 친구들이 뒤처질 때면 고개를 돌려 비웃거나, 귀찮은 듯 몸을 돌렸다.


“왜 그렇게 느려?”

그가 몰래 중얼거릴 때도 있었다. 힘없는 친구들을 깔보는 태도는 점점 뚜렷해졌다. 반면, 자신보다 크고 강한 말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러웠다. 그들을 동경하며, 그들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갔다. 하지만 그저 그림자일 뿐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거대한 존재 앞에선 유순한 척, 순응하는 척을 했고 뒤에서는 약한 자들을 툭툭 치며 우월감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왜 그렇게 혼자 가?”

어느 날, 친구 중 하나가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풀숲을 헤치고 앞으로 내달렸다. 빠르게, 거침없이.

그 순간부터 그는 스스로 말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말이 보는 눈에는 여전히 어린 망아지일 뿐이었다. 그 모습은 우스워 보이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를 믿었던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남은 것은 아주 작은 망아지들뿐이었다. 그 작은 망아지들은 그를 동경했다. 그는 그들을 앞세워 마치 진짜 말이라도 된 양 더 건방지고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속은 허전한 속 빈 강정 같았고 겉만 번드르르하게 빛났다. 그 모습은 어쩐지 더욱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망아지는 혼자라는 사실에 행복했다. 들판의 먹이는 모두 그의 것이었고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뜯어먹을 수 있었다. 넓고 푸른 들판은 오롯이 그의 영역이었다. 달릴 수 있는 끝없는 공간, 제한 없는 시간. 모든 것이 그의 마음대로였다. 먹고 싶은 대로 먹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음껏 날뛰었다. 그러나 들판을 가득 채웠던 풀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질주한 자국, 뿌리 뽑힌 흔적, 헝클어진 잎들. 그 모든 것이 고요한 들판의 허망한 흔적이었다.


그는 결코 깨닫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 외로움 속으로 스스로를 끌고 내려갈 것인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자기 방식을 고집했다.

황량한 들판을 뛰어놀며, 스스로 옳다고 여긴 채. 오늘도 들판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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