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 리리리리
어느 봄날, 우리는 기분 좋게 나들이를 나섰다. 며칠간 지속되었던 미세먼지는 걷히고 맑은 하늘 아래, 공원과 거리 곳곳은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북적이며 활기가 넘쳤다. 목적 없이 드라이브를 하다가 유명대형 카페에 가기로 했다. 마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주차장은 많은 차들로 빼곡했다. 주차를 하려 했지만, 앞에 멈춰 선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꼼짝없이 갇혀버렸다. 답답함이 밀려오는 순간, 연휴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불편함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주차공간을 찾는데 다른 주차장입구로 쉴 새 없이 많은 차들이 밀려들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했지만 몇 번이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차를 먼저 보내주고, 앞차가 비상 깜빡이를 켠 채 주차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결국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양보와 기다림은 마치 작은 전투 같았다.
이 날따라 유난히 후진을 반복했다. 마치 끝없는 후퇴 속에 갇힌 듯,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다시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때마다 귓가에 '엘리제를 위하여'가 나를 조롱하듯 맴돌았다. 그 음악은 더 이상 우아한 선율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음들이 점점 신경을 긁어대며 약 올리는 것 같았다. 피할 수 없는 소음처럼 귓속을 맴돌았고, 나는 점점 더 예민해졌다.
그들은 나의 엘리제가 아니었지만, 나는 엘리제를 위하여 몇 번이고 후진을 해야 했다. 머릿속 피아노 선율은 내 현실과 엇갈려 마치 조용한 조롱 속에 갇힌 듯했다. 멈출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순간들. 나는 점점 초조함과 답답함을 더해갔다.
처음엔 내가 조금 참고 양보하면 나도 곧 앞으로 나아가며 모든 게 원활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계속해서 물러서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양보가 미덕이라 여겼지만, 점점 내 자리조차 흐려진 채 계속 물러서기만 하고 있었다.
도로 위에서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다. 끼어드는 차들을 자연스럽게 들여보내고, 한 박자 늦추며 양보했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갈 거라고 믿었지만 결국 나는 멈춰 서고, 속도를 줄이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나는 단지 차만 후진한 게 아니었다. 감정도, 욕망도, 생각도 한 걸음씩 물러서며 누르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잃지 않았는데 나는 누군가의 엘리제를 위해 서서히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나를 가볍게 대하는 사람들,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함부로 던지는 사람들. 그들과 거리를 두기로 했다.
"너는 안 돼."
"네가?"
"넌 그것도 못 하니?"
그들의 가벼운 한마디는 마치 당연한 사실처럼 굳어졌고, 나는 점점 작아졌으며 그 말들에 갇혀 한참을 멈춰 서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의 말에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나를 계속 후진게 만들었던 '엘리제'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그들을 외면한 채, 엑셀을 밟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