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놀이터에는 늘 놀이가 가득했다. 남자애들은 삼삼오오 모여 말뚝박기를 하며 땅바닥에 몸을 던졌고, 여자애들은 고무줄을 발목에 걸고 노래를 부르며 깡충깡충 뛰어올랐다.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과자와 사탕을 싣고서—”
노랫소리에 맞춰 고무줄이 파르르 떨리며 튕겨져 나가고 친구들의 웃음소리도 퍼져나갔지만 나는 고무줄을 잘하지 못해 늘 옆에서 구경만 하는 신세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고무줄을 접고 한발 뛰기 놀이가 시작되면 그제야 달려가 게임에 끼어들었다.
가위. 바위. 보.
술래가 정해지면, 긴장이 시작됐다. 술래가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목청껏 외쳤다.
“두 발!”
그러면 우리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있는 힘껏 두 걸음을 크게 내디뎠다. 몸이 앞으로 쏠리며 바닥의 작은 돌멩이가 튀어 올랐고 발뒤꿈치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쿵쿵 울렸다. 그때 술래는 단 한 걸음만 허락됐다. 우리는 두 발로 도망쳤지만, 술래의 한 발은 늘 우리의 어깨너머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세 발!”
“네 발!”
숫자가 높아질수록 도망자들의 숨은 거칠어지고, 보폭은 점점 더 무리해졌다. 뒤에서는 술래가 언제나 그보다 한 발 적은 걸음으로 도망자들을 향해 내디뎠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뛰었고, 술래는 그 부족한 한 발을 온몸으로 메우듯 잡으러 다가왔다. 숨이 차오르고 심장은 터질 듯 뛰었다. 술래에게 잡히지 않으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순간들이 놀이의 전부였다.
사랑도 한발 뛰기 같다. 너는 늘 한 발 모자라게 다가왔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넘어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나를 향해 크게 뛴 걸음. 나는 그보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크게 도망쳤다. 네가 손을 뻗으면 나는 몸을 비틀어 빠져나왔고 네가 이름을 부르면 더 크게 발을 내디뎠다. 잡히는 순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잡히는 순간 놀이가 끝난다는 걸 알았으니까.
'네가 한 발 나에게 뛰어오면 나는 두 발 도망가는 걸로.'
그 말은 농담처럼 가볍지만 내 마음은 그만큼 무거웠다.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왜 이렇게 부담스러울까. 왜 나는 늘 도망치는 쪽이었을까.
한 발은 용기다. 망설임 끝에 내딛는 한 걸음. 그 걸음을 향해 두 발로 도망치는 나는 어쩌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다. 상처받을까 봐, 혹은 상처를 줄까 봐 애써 거리를 두는 사람. 하지만 도망치는 발걸음 속에도 언제나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 한 발이 진심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닫기 전에 내 두 발도 멈춰야 할까.
도망치는 것도, 다가가는 것도 결국은 마음의 방향이다. 오늘은, 그 방향을 조금만 바꿔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