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비상(飛翔)할 수 없는 이유는
나를 위한 비상구(非常口)하나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내 마음은 어둠에 갇혀 비상사태(非常事態)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비상벨을 눌러도 비상구는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에 닿는다.
순간, 아주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그 빛이 문틈인지, 착각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본능처럼 그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커다란 철문 사이로 스며드는 환한 빛을 따라
조금씩 숨을 고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언젠가 떨리는 날개로 진짜 나를 향해 날아오르기를 희망하며
그렇게 나는 비상(非常) 속에서 비상(飛翔) 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