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필사

소설 쓰기에 재도전하다

by 본드형

퇴직 후 작가를 꿈 꾸며

첫 번째 도전은 소설이었다.


'엽편'이라는 A4 2장 이내 짧은 소설을 쓰는 수업을

작년 여름 두 달 동안 들었는데,

5년 간의 브런치 작가 경험에도 불구하고

만만치가 않았다.


말 그대로 '붓을 따라' 자유롭게 쓰는 수필과 달리,

주제나 독자를 정하는 것도

개연성 있게 플롯을 구성하는 것도

인물이나 배경을 생생히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며칠 밤을 새우며 겨우 완성한 초안을

이메일로 피드백받던 날,

망친 시험 성적표를 받아 든 수포자처럼

소설은 아닌가 보다 생각했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글쓰기 재능이 없나 의심까지 들었었다.




연말에 한 잡지에 응모한 글이 선정되어

병오년 신년호에 실리게 됐다.

http://www.cultura.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07


베이커리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쓸까 말까 고민하는 남편에게

아무튼 써 봐,라고 용기를 준 아내가 없었더라면

될 거야, 지레 포기했더라면

그냥 흘려갔을 기회다.


새해 시작부터 내 글이 실린 잡지를 서점에서

발견하는 기쁨에 한 껏 고양되어,

오래 걸리겠지만

나는 다시 소설 쓰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일요일마다 격주로 하는 또 다른 클래스를 찾아

신청했더니 레퍼런스 소설 3편을

첫 수업에 읽어오란다.


한 번씩 읽고 나서

이번에 제대로 하자고 필사까지 해보는데

타이핑하는 내내 소설가가 된 행복한 기분이다.

그리고 작년에 배운 시점, 플롯, 묘사 등의 개념들이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필사를 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아무튼'이란 표현이

자주 눈에 띈다는 점이다.

(세어 보니 20회 이상이다)


뜻을 찾아보니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이라고 나와 있다.

한마디로 됐고(핑계 대지 말고), 일단 ~하란 의미다.


내 말이 딸리거나 상대 말이 길어져 화제를 바꿀 때

자주 쓰는 치트키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마치 도전을 주저하던 내게

하는 말처럼 들린 이유가 있었다.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 ㅇㅇ> 목록을 쭉 검색하니

80편 가까운 리스트에 다행히 아직 '필사'는 없다.


아무튼,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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