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뿌리 부분을 잘라
물에 담가 두었더니 새싹이 나기 시작했다고
사진 찍어 달라는 아내.
자기는 요즘 식물 키우는 게 좋다며
"난 초식동물인가 봐" 한다.
하긴, 고기도 안 좋아하고
한번 자리 잡으면 움직이기 싫어하는 나무 같은
남편을 잘 키우고(?) 사니 맞는 말이라고 대꾸하니
"무슨 동물이라 할까.
다리가 굵어 사슴이라 우기진 못하겠고..,
강아지?" 라며 눈을 말똥거리는 그녀.
"강아지는 고기 좋아해. 잡식이야"라고
팩트 폭격을 날리며 깔깔대는데
아내 뒤로 보이는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짱이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아, 오늘이네
기억해 냈다.
일 년 전 오늘 짱이가 무지개다리 건넌 뒤부터
그녀가 식물에 정을 주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됐다.
15년을 꼭 붙어살던 짱이의 부재를
집안 곳곳을 채운 식물들로 메우고 있었다는 걸.
눈치 없는 이 남편은
그 빈자리를 얼마나 채워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