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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Dec 16. 2021

질문의 시, 영화로 답하다

<일 포스티노>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무슨 얘기를 하다 나왔는지 모르지만

아내가 광화문 교보문고 현판에 걸렸던 글귀를 기억해냈다.


찾아보니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에 실린 너무나도 유명한 '44번' 시의

첫 질문이었다.


그 시의 세 번째 질문을 보고 생각이 깊어졌다.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어떻게 이런 멋진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답을 잠시 고민하던 차에

이번엔 내가 그 시인이 나왔던 영화 한 편을 기억해냈다.


<일 포스티노>.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 온

노년의 네루다에게 쏟아지는 편지들을 배달하기 위해

우체부로 고용된 '마리오'의 이야기다.


어부의 아들인 그는 못 배웠지만

네루다를 통해 시의 '메타포(은유)' 깨닫

마침내 평소 짝사랑하던 베아트리체의 사랑도 얻게 된다.


은유란 뭔가요?
말하고자 하는 걸 다른 것과 비교하는 거야.
예를 들면요?
'하늘이 운다'면 무슨 뜻이지?
비가 오는 거죠.
그런 게 은유야.


봇물 터지 듯 계속되는 마리오의 질문에

네루다는 답한다.


난 내가 쓴 글 이외의 말로
그 시를 표현하지 못하네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말아.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경험해 보는 것뿐이야.




맞다.

뭔가 궁금하면 직접 해봐야 한다.


시를 쓰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도

그리고 인생을 사는 것도


결국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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