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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Dec 24. 2021

점 135개를 뺐다

아팠다

아내의 손을 잡고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위협에 못 이겨

동네 피부과에 끌려갔다 왔다.


1주일 재택근무가 다시 시작되자마자


이건 하늘이 준 기회라고

신경 써줄 때 고마워하라고

하나도 안 아프다고...


결국 저녁시간이 다 되어

싸고 점 잘 빼기로 소문났다는 그곳에 갔다.




얼굴에 흠뻑 마취 연고를 바르고

랩을 쓰고 30분 정도 있었을까...


들어오세요.


꼭 잡았던 아내의 손을 놓고

다소 긴장된 분위기로 시술 방에 들어갔다.


좀 아프실 거예요.


익숙한 의사의 빠른 손놀림이 시작되고

세상 처음 맛보는 이상한 고문을 경험했다.


한 곳을 지질 때

너무 아파 소리를 지르려 하면

바로 다른 곳으로,

또 아파서 소리 지르려 하면

바로 또 다른 곳으로...


도서관 메뚜기처럼 계속 고통이 이동했고

그렇게 소리 한번 못 지르고 20여 분만에 끝났다.

(살았다...)


3일은 세수 못하시고

연고 잘 발라주셔야 딱지 잘 떨어지세요.


여자들이 목숨 걸고 이뻐지려 한다는 걸

이제 난 믿는다.




시술 방을 나오니 기다리던 아내가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 반기듯 기특해한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큰 금액은 아니었다.


총 135개 빼셨어요.

(우와~ 그렇게 많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이제 나는

그녀에게 님이 된 걸까...

도로 남이 되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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