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을 잡고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위협에 못 이겨
동네 피부과에 끌려갔다 왔다.
1주일 재택근무가 다시 시작되자마자
이건 하늘이 준 기회라고
신경 써줄 때 고마워하라고
하나도 안 아프다고...
결국 저녁시간이 다 되어
싸고 점 잘 빼기로 소문났다는 그곳에 갔다.
얼굴에 흠뻑 마취 연고를 바르고
랩을 쓰고 30분 정도 있었을까...
들어오세요.
꼭 잡았던 아내의 손을 놓고
다소 긴장된 분위기로 시술 방에 들어갔다.
좀 아프실 거예요.
익숙한 의사의 빠른 손놀림이 시작되고
세상 처음 맛보는 이상한 고문을 경험했다.
한 곳을 지질 때
너무 아파 소리를 지르려 하면
바로 다른 곳으로,
또 아파서 소리 지르려 하면
바로 또 다른 곳으로...
도서관 메뚜기처럼 계속 고통이 이동했고
그렇게 소리 한번 못 지르고 20여 분만에 끝났다.
(살았다...)
3일은 세수 못하시고
연고 잘 발라주셔야 딱지 잘 떨어지세요.
여자들이 목숨 걸고 이뻐지려 한다는 걸
이제 난 믿는다.
시술 방을 나오니 기다리던 아내가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 반기듯 기특해한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큰 금액은 아니었다.
총 135개 빼셨어요.
(우와~ 그렇게 많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이제 나는
그녀에게 님이 된 걸까...
도로 남이 되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