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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pr 25. 2022

4월 봄비는 잔인하다

4월 마지막 주 월요일 아침,

봄비가 내린다.


오랜 사회적 격리가 끝나가는데

후련하기보단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이유는 뭘까?


죽음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귀향한 군인들이 겪는다는 트라우마를

코로나 일상에 익숙해진 나도 어차피 겪는 것인지...


아니면,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

관계의 노동에 지치던 그 옛날로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


마지막 재택근무가 시작된 오늘,

잔인한 봄비가 내린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 주었다...


- T.S. 엘리엇 <황무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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