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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r 29. 2022

아프니까 중년이다

고쳐 쓰며 살자

이가 또 말썽이다.


주말 동안 오른쪽 잇몸이 퉁퉁 붓고 통증이 심해져

잘 쓰지 않던 왼쪽으로 밥을 먹었다.

소염제 먹어도 영 약발이 들지 않으니 아무래도 치과에 가봐야겠다.


작년에 왼쪽 이 몇 개를 뽑고 씌우는 대공사 하느라 지겹게 다녔는데... 또 고생길이다.


자동차도 말썽이다.


분명히 작년에 거금을 들여 이것저것 갈고닦고 조였는데

얼마 전 장거리 주행을 하고 집에 돌아와 주차를 하는데 갑자기 시동이 툭 꺼졌다.


서비스센터에 가 보니

배터리 단자 부분에 하얗게 녹이 슬었다고 한다.

10년 됐지만 주행거리가 10만 킬로 수준이라

몇 년은 더 쌩쌩할 거라 믿었는데... 아니었다.


'사람이던 차던

오래되면 여기저기 고장 나는 게 당연한 거야

어쩌겠어, 고쳐 쓰며 살아야지'


하며 그냥 넘어가려는데 왠지 서글퍼진다.




동네 여기저기 피기 시작한 꽃들이

자긴 청춘이라고 뽐을 낸다.


비가 온 뒤 일교차가 좀 나는가 싶었는데

그새 봄이 왔나 보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가 앞장서고

목련과 벚꽃이 곧 따라나설 기세로 꽃망울이 탱탱하다.


'봄(春)'의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단다.


1. 따스함을 상징하는 불(火)~오다 -> 블옴 -> 봄

2. 눈으로 ~보다 -> 봄


영어로는 튀어 오른다는 뜻을 지닌 'Spring'이니까


결국 종합해 보면

날이 따뜻해져 여기저기 볼게 많아지니

신나서 뛰어다니며 논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계절의 주인은 건강한 젊은 세대들이겠지.


하지만 부러우면 지는 거다.


영화 <은교>의 명대사 한 줄을 떠올리며

다시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아프니까 중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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