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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ug 26. 2022

식물 스승

내겐 2개의 반려식물이 있다.


하나는 '소뿔' 스투키다.

작년 말 직장 후배가 퇴사하면서 선물로 준 건데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매달 주사기로 세 번 물 주면 관리 끝이다. 


공기정화 기능이 있다니 고맙고

세 개 듬직한 뿔 모양 스투키 사이로

조그만 새끼들이 삐질삐질 나오는 게 귀엽기도 하다.


최근에는 황금빛 도는 이파리까지 발견돼

'돈나무'라는 별명도 지어 주었다.


또 하나는 '만세' 선인장이다.
재작년 이사 오면서 베란다에 둔 쌍둥이가

직접 물 한번 주지 않았는데도

신통하게 쑥쑥 자라 3.1절 만세를 외치는 군중이 되었다.


어찌 보면 신혼부부가 자식들을 낳고

자식들이 다시 손주들을 낳아 대가족을 이룬

한 집안의 역사를 보는 듯 파란만장하다.

그래서 '가족나무'라 부른다.



 

자산도 부동산과 동산으로 구분하듯


살아있는 생물도

계속 움직이는 동물과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식물로 나뉜다.


식물로 태어나 넓은 세상 다 못 보고 살다

시들시들 사라지는 자기 팔자가 억울하진 않을까?


화려한 꽃이라도 한때 피워주면

눈길도 가고 손길도 줬을 텐데...


나의 '돈나무'와 '가족나무'는

회사에서 집에서

내게 떼 한번 부리지 않고

잘살아 준다.


잘난 척

아는 척

뽐내는 법 없이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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