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순환한다.
태양 주위를 지구가 공전하며
생기는 자연의 법칙이다.
'순환한다'는 것은
주기적으로 되풀이하여 돈다는 반복의 의미지만
여기에 '시간'이란 변수가 들어가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여름과 겨울 사이의 계절을
가을이라 부른다.
늘 이맘쯤 오는 것들이 있는데...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것들 역시 조금씩 나이를 먹는다.
밤 줍는 아내
아들 면회를 갔다가
부대 안에 떨어져 있는 밤들이 꽤 실해 보인다며
그녀가 '가을'을 줍기 시작한다.
최근 시작한 다이어트 덕분에
옷장 속에만 있던 처녀 적 꽃무늬 치마를 꺼내 입고
신나 하는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26년 전,
그 옷을 입고 환하게 웃던 이십 대 아내를
처음 본 순간이 떠오른다.
그녀도, 치마도
어느덧 세월의 멋이 든다.
코스모스와 모자(母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비가 갑자기 경로를 바꿔 좁은 시골길로 안내한다.
큰 도로로 계속 가면 될 텐데...
막상 들어선 후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길 한쪽에 곱게 차려입은 시골 아낙네 같은
코스모스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10여 년 전,
추석 쇠러 간 길에 어머니와 함께 사진 찍었던
'가을날'의 풍경이었다.
어제 통화한 어머니의 약해진 목소리처럼
이제 그 기억들도 점점 바래진다.
스마트폰으로 '가을' 노래 한 곡을 찾아내
천천히 달리는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이란
이 옛 노래는 왈츠 템포의 아코디언 전주가 일품인
조관우가 부른 리메이크 버전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