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여인

새 식구가 생겼다

by 본드형
어때?
삼순이 같지


점심때, 아내가

요상하게 생긴 식물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오~귀엽네
우리 세 식구 같아

크크 아빠 머리 같아
많지 않은데 열심히 솟구쳐


새로 이사한 집 베란다가 허전해 보인다더니...


예상대로

그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한 사진이 날아왔다.


이름은

'드라세나 드라코 (Dracaena Draco)'


아프리카 출신인 이 녀석은

줄기나 잎을 자르면 붉은 액체가 흐른다 해서

일명 '용혈수(龍血樹)'라고도 한단다.


뭔가 이국적이면서 든든한 맛이 있다.




주말 오전부터 아내가 또 바쁘다.


새로 산 그 용나무(이름까지 붙였다)에

분갈이 흙이 더 필요하다며 화원에 가자 보챈다.


코감기가 재발해 계속 기침을 하면서도

왜 그리 에너지가 넘치는지...

어차피 가야 할 거 질질 끌려가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약 20분 거리인 서오릉 화훼단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어때? 저거 어때?

연신 물어대는 통에 하나를 골랐는데

이름이 참 멋졌다.


여인초


잎이 널찍한 게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여인 같았다.


아내도 맘에 들었는지 주인과 흥정하기 시작했다.


어제도 사갔고

오늘은 남편까지 데려왔다며

결국 분갈이 흙과 이파리 하나씩 갈라진 B급 2개를

반값에 샀다.


집으로 오자마자

베란다로 달려가 용나무와 같은 하얀색 화분을 찾아

여인초 2개를 합쳐 옮겨 심은

화장실로 가져가 샤워 한번 해주고

뿌듯하게 바라보는 그녀.


<왕좌의 게임>에 나온 용엄마 '대너리스'를 닮았다.


세 마리 용과 여인들을 얻었으니

이 세상에 두려울 게 무엇이냐고 웃는다.


안 그래도 불안한 나의 왕좌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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