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거리지 않게 친한 관계

포스트잇

by 본드형

주말마다 영어학원을 다니는 아내가

풀이 죽어 돌아왔다.


실력순으로 반을 나누다 보니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젊은 멤버들이 많은데

대화가 잘 통하던 멤버 A가 개인사정으로 그만둔단다.


실력도 좋고 성격도 쿨해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난리다.


반면, 삼십 대 중반의 필라테스 강사 B와는

이제 꽤 친해진 것 같다고 다.


남들과 선을 딱 지키며 사는 화려한 싱글녀인데

자기에게만 가끔 개인사를 털어놓는다며

젊은 인맥을 은근히 자랑한다.


오십이 넘은 우리 나이에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그녀의 답이 심플하다.


'포스트잇'처럼
끈적거리지 않는 거지




포스트잇.


딱 필요한 만큼의 접착력을 가진 메모지처럼

서로 유용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이.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회사에서 젊은 후배들에게

끈적거리지 않는 선배일까?


생각해 보니

매주 월요일 출근해 만나는 후배들에게 습관적으로

"주말에 뭐 했어?"라고 질문을 던지면

신나서 얘기하는 친구도 있지만

적당히 얼버무리는 친구가 많았던 거 같다.


그럴 땐 나의 얘기를 먼저 시작했는데

'나도 이만큼 오픈했으니 너도 얘기해 줘'라는 식의

강요로 들렸을 수도 있으리라.


내 딴엔 관심의 표현을

그들은 오히려 귀찮아했을 수도 있으리라.


너무 멀지도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으면서

상대의 프라이버시 선을 넘지 않는

'포스트잇' 선배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끈적거리는 타입이야?"


아내에게 물으니

그녀가 웃으며 답한다.


여보는 '중력'이야
내 인생에 안정감을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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