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Mar 26. 2023

끈적거리지 않게 친한 관계

포스트잇

주말마다 영어학원을 다니는 아내가

풀이 죽어 돌아왔다.


실력순으로 반을 나누다 보니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젊은 멤버들이 많은데

대화가 잘 통하던 멤버 A개인사정으로 그만둔단다.


실력도 좋고 성격도 쿨해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난리다.


반면, 삼십 대 중반 필라테스 강사 B와는

이제  친해진 것 같다다.


남들과 선을  지키며 사는 화려한 싱글녀인데

자기에게만 가끔 개인사털어놓는다며

젊은 인맥을 은근히 자랑한다.


오십이 넘은 우리 나이에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그녀의 답이 심플하다.


'포스트잇'처럼
끈적거리지 않는 거지




포스트잇.


딱 필요한 만큼의 접착력을 가진 메모지처럼

서로 유용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이.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회사에서 젊은 후배들에게

끈적거리지 않는 선배일까?


생각해 보니

매주 월요일 출근해 만나는 후배들에게 습관적으로

"주말에 뭐 했어?"라고 질문을 던지면

신나서 얘기하는 친구도 있지만

적당히 얼버무리는 친구가 많았던 거 같다.


그럴 땐 나의 얘기를 먼저 시작했는데

'나도 이만큼 오픈했으니 너도 얘기해 줘'라는 식의

강요로 들렸을 수도 있으리라.


내 딴엔 관심의 표현을

그들은 오히려 귀찮아했을 수도 있으리라.


너무 멀지도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으면서

상대의 프라이버시 선을 넘지 않

'포스트잇' 선배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끈적거리는 타입이야?"


아내에게 물으니

그녀가 웃으며 답한다.


여보는 '중력'이야
내 인생에 안정감을 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어머니의 카톡이 드디어 날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