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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pr 02. 2023

꽃 피는 봄이 오면

마일리지

수상한데...


오른쪽 차선의 대기열이 길어지더니

아예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주차장이 벌써 만차다.

평소와 달리 20여 분이 걸려 들어간 주말 호수공원에는

봄이 한창이다.





개나리, 목련, 벚꽃.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마음이 급했는지

자기 순서도 잊고 한꺼번에 개화해 지 자랑들 중이다.


꽃 보다 더 이쁜 건 사실,

3년 만에 마스크 없이 찾아온 '진짜 '을 맘껏 즐기는

가족들, 연인들, 아이들의 웃는 얼굴들이다.


아내도 짱이도 신이 났는지

연신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다.


마침, 마음이 통했는지

일본 여행 중인 아들이 도쿄에서 찍은 벚꽃 사진을

톡으로 보내온다.


어젯밤 엄마 꿈에 나왔다던데...

한창 들떠있는 여기와는 사뭇 달라 보이는

차분한 풍경이 왠지 녀석의 가라앉은 기분 같기도 하다.


혼자 떠난 첫 해외 여행길에서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생각을 커져 돌아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내게
몇 번의 봄이 남았을까?


언제부턴가 들기 시작한 생각이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것이라는 걸

그래서 그때마다 정성껏 온몸에 새겨두어야 한다는 걸


마치 마일리지 도장 찍듯이

하나씩 새겨가다 보면

언젠간 그 칸을 다 채우는 때가 오겠지


그때까지...


아내와 손을 꼭 잡고

내 모든 감각을 활짝 열고

너무나도 소중한 이 봄날 오후를 온전히 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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