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로
능력, 집안, 성격, 외모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남의 집 아들을 뜻한다.
내 생각엔 우리 아들도 엄친아다.
다른 집 자식과 비교해서
부모와 '엄청 친한 아들'이란 의미다.
원래 엄마랑만 친했는데
남자들 세계인 군대를 다녀오더니
요즘은 가끔씩 아빠와도 친구가 되어 준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감자탕에
감자가 없다고?
5월의 시작을 앞두고
아들과 미용실에 들러 함께 머리를 자르고
점심을 먹으러 연남동에 갔다.
핫플레이스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전철역을 나오자마자 펼쳐진 풍경이 사뭇 이국적이었다.
작은 공원처럼 길게 난 산책길 양쪽으로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죽 늘어서 있었고
외국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치는 동네였다.
아들이 평소 잘 간다는 태국 음식집을 찾았는데
소문난 맛집답게 이미 대기줄이 길게 서 있었다.
기다리면서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가
돼지 등뼈를 얹은 쌀국수라는 것을 보고 아들에 물었다.
아빠 : 감자탕에 들어가는 그 거 말이지?
아들 : 맞아, 감자가 들어가.
아빠 : 감자 말고 돼지 뼈다귀 말이야.
아들 : 맞다고, 그게 감자야.
아빠 :?
아들 :??
감자탕이란 이름은
돼지 등뼈에 든 척수를
'감자'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걸
아들이 스마트폰을 검색해 보여주고 나서야 알았다.
세상에나...
내가 감자탕을 언제부터 먹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아들은 이 불쌍한 아빠를 위해
연남동 투어 가이드를 자청해 주었다.
구제옷(중고) 가게에 들러
요즘 입을 수 있는 가벼운 외투도 골라주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도 한잔 마시며
자신의 스케치북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친구와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엄마에게 사다 줄 고기파이가 포장될 때까지
말상대가 돼 주었다.
함께 전철역으로 다시 걸어가면서
산책길에 늘어서 있는 미루나무가 멋있다 했더니
사진 찍으라고 앞에 서 V자를 그린다.
이 동네 평균 연령을 높인다는
나의 자조 섞인 농담에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무슨 상관이야"하고 답하는 녀석...
엄친아 아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