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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전역하는 날

축사

by 본드형

퇴근해 왔더니 뭔가 달라졌다.

물건들 위치도 바뀌고 향긋한 냄새도 풍기고...


내일 아들이 전역한다고

온 집안 대청소했다는 아내가 싱글벙글 웃는다.

(저리 좋을까)


그러고 보니 벌써 18개월이 훌쩍 지났다.


까까머리 한 녀석이

저녁에 케이크 하나 사들고 와서는

잘 다녀오겠다고,

고맙다고(잘 키워줘서)

기특한 소리를 하던 그때부터.


https://brunch.co.kr/@jsbondkim/124


아들아,
다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일단 '전역(轉役)'은

현역에서 예비역 병장으로 바뀐다는 의미지

엄밀히 말하면 아직 군인이란다.


예비군 8년 차를 마쳐야만

진정한 민간인으로 '제대(除隊)'를 하는 것이고

이후 만 40세까지는 여전히 민방위로 복무한다는 사실.


아직 군인이란 게

너는 지긋지긋하다 하겠지만...

일부일 뿐이다. (병역의 의무)


취업을 해야 하고 (근로의 의무)

돈을 벌어야 하고 (납세의 의무)

자녀를 키워내야 하는 (교육의 의무)

대한민국 어른으로서의 삶은 이제 시작이다.


그 삶이 종종 몹시 고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아빠가 살아보니

그만한 보상이 주어지는 고생이 맞더라.

'쓸만한 어른'으로 커준 너를 보면.


건강하게 돌아와서 고맙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해.




I'm not particularly proud of many things in my life. But I am very proud to be the father of my son.


딱히 자랑할만한 것이 없는

내 인생이지만,

내 아들의 아버지라는 것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영화 <어바웃타임>,

아들 Tim의 결혼식에서 아버지의 축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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