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Sep 12. 2022

코로나 걸렸던 아들이 변했다

군대, 세 번째 면회기

아들 코로나다


휴가 나왔다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아들로부터

가족방에 카톡이 왔다.

엄마 : 몸은 어때?

아들 : 목마르고 콜록콜록

엄마 : 뭐 필요한 거 있나?
요거 택배로 보내줄까 (인후 스프레이 사진)

아들 : 지금 있는 곳은 택배 받기 힘들어
잘 버티는 수밖에

엄마 : 아들 나으면 보양식 갖고 엄빠 출동할게

아들 : ㅇㅌㅇㅋ


전 국민 3명 중 1명은 코로나 걸리는 상황이

맞긴 한가보다.


다 나았다고는 하나

전화기로 들리는 아들 목소리가 잠겨있고

통화 도중 잔기침을 자주 하는 게 계속 신경 쓰였지만,

대한민국 건강한 육군 특급 병사답게

잘 이겨낸 것처럼 보였다.


벌써 한 달 전 일이다.




오전 8시 부엌,


추석은 어제 지났는데 

아침 일찍부터 음식 장만이 한창이다.


오늘은 아들 면회 가는 날.


얼마 전 아내가 먹어 보고 반했다는 갓김치 김밥과

지난번 아들이 맛있게 먹던 LA 갈비가 주메뉴다.


부대원들과 나눠 먹으라고 넉넉히 싸려니

최소 열 줄은 필요하다는 생각에

아내와 김밥 싸기 역할을 분담했는데,


그녀가 밥을 김 위에 골고루 펼치면

내가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순서대로 올리고

마지막에 아내가 김밥말이로 동그랗게 완성하는 순서다.


깻잎과 상추(깻잎이 살짝 부족해 대체용)

단무지

크래미(킹크랩 모양 맛살) + 와사비 마요네즈

갓 감치

당근채 썬 것

계란지단...


아내의 레시피대로

한 번의 실수 없이 척척 손발이 맞는 걸 보니

나중에 김밥가게 하난 차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맛도 기가 막히다.


오전 11시 고속도로,


추석 연휴라 각오는 했는데

서울-양양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차들이 가다 서다 한다.

12시까지 도착한다고

밥도 안 먹고 기다릴 텐데 배고파서 어쩌나...

마음이 급해진다.


문득, 앞차 뒤편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눈에 들어온다.


<위급 시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 남아 0+>


"아이가 0살이 넘었다면 막 태어났나?

내가 뒤에서 치기라도 할까 봐 그러나"

 

옆에 앉은 아내가 바로잡아 준다.


"어렵게 얻은 귀한 아들인가 보네

혈액형이 O+형인가 본데 구하기 어려운가 봐"


역시 똑똑한 우리 와이프...


오후 1시 면회실,


당초 예상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해 

아들은 한 달 전과 비교해 수척해 보였다.


배고프다며

헐레벌떡 고기를 뜯기 시작하더니

김밥을 먹다 갓김치가 예술이라며 엄지 척을 한다.


코로나 후유증일까

깨끗했던 피부가 사춘기 소년처럼 뾰루지 투성이고

운동을 거의 못해서 건장했던 체격마저 말라 보인다.


전화로는 센 척했지만

고생이 많았네 우리 아들...


어깨에 찬 분대장 견장도

가슴에 찬 병장 계급장도

어느덧 늠름한 군인 아저씨인데...


얼마 전 탈장수술을 받고 확 늙어버린 짱이와

다정히 뽀뽀하는 모습이

아직은 품 안의 자식처럼 안쓰럽다.


오후 8시 집,


아들의 안부 톡이 울린다.


낮에 본

코로나로 초췌하게 변한 모습에 안타까웠는데

부대원들의 엄빠 표 김밥에 대한 피드백을 잊지 않는

센스는 여전하다.


정말 김밥장사 한번 해봐?


아들은 변한 건

꼭 코로나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병장이 되니

1년 여 군대 생활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제대 후 돌아갈 학교와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슬슬

밀려오는 중이리라.


나도 그랬으니까...


내년에 아들 제대하면

꼭 단 둘이 여행을 가야겠다. (그래 준다면...)


그리고

이제 어른 대 어른으로

진지한 인생 얘기를 나눠 봐야겠다.


이전 05화 어머니의 카톡이 다시 날아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