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May 07. 2024

아들의 날개를 보았다.

출근 준비하러 옷방에 들어가니

아들 작업복을 걸려 있다.


비행사나 정비공 옷처럼 상하의가 한 몸이고,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은 듯

색색의 물감들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데


졸업전 준비로 바쁘다더니

골똘히 그림 그리는 녀석의 모습이 떠오른다.




옷이 날개다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

남에게 달리 보인다는 말인데,

본인 스스로도 달리 느껴지기도 한다.


어제는 아내가 앞치마를 새로 샀다고 자랑을 했다.


살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녀지만

이쁜 앞치마를 두르면

하기 귀찮은 설거지도 할 맛이 난다나 뭐라나...


그러고 보니 옷이란 건

입은 사람의 지위나 취향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마음가짐이나

활력소로도 쓰이나 보다.


새가 먹이를 찾기 위해 날개가 필요하 듯

우리 각자의 삶에 맞춰진 옷이 필요하리라.




오늘은 간만에 넥타이를 맸다.


'직장 노예'의 상징이라며

자율복으로 바뀐 뒤부턴 거의 맨 적이 없었는데


내 스스로 장착한 날개라 생각하니

3일 연휴 뒤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천재 시인처럼

이 아침 나도 이렇게 외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유부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