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첫 열대야에 뒤척이다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깼다.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가 나는 곳은
아들 방 쪽이다.
가만히 들어 보니
누군가와 전화로 속삭이며
연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낄낄거리는 녀석.
우리 아들은 목하 열애 중이다.
좋을 때다
아들 귀신 소리에
잠에서 깬 아내가 옆에서 한마디 한다.
그리곤 여전히 졸린 목소리로
얼마 전 들었다는 녀석의 근황을 알려 주었다.
밝은 성격에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엄청 이쁜 같은 과 후배와 사귄다고
복학생인 자기와 4살 차이라서
친구들이 자꾸 놀린다며
엄마에게 은근 자랑질을 한 모양이다.
하긴 요새 부쩍
옷 입는 거, 머리 스타일에 신경 쓰고
용돈 부족한 지 열심히 알바 다니는 게 수상하긴 했다.
아들 웃음소리가
어느새 코 고는 소리로 바뀌었다.
부러운 녀석.
지금은 비록
어제 못 끝낸 보고서와 끝없이 터지는 회사 이슈들로
꿈에서조차 회의에 쫓기는 일상이지만
마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참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숱한 밤을 탕진하던 청춘의 시간들이
내게도 한때 있었다는 기억들을 찾아
다시 잠자리에 든다.
좋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