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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Jul 02. 2024

아들은 목하 열애 중

좋을 때다

올여름 첫 열대야에 뒤척이다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깼다.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가 나는 곳은

아들 방 쪽이다.


가만히 들어 보니

누군가와 전화로 속삭이며

연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낄낄거리는 녀석.


우리 아들은 목하 열애 중이다.


좋을 때다


아들 귀신 소리에

잠에서 깬 아내가 옆에서 한마디 한다.


그리곤 여전히 졸린 목소리로

얼마 전 들었다는 녀석의 근황을 알려 주었다.


밝은 성격에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엄청 이쁜 같은 과 후배와 사귄다고


복학생인 자기와 4살 차이라서

친구들이 자꾸 놀린다며

엄마에게 은근 자랑질을 한 모양이다.


하긴 요새 부쩍

옷 입는 거, 머리 스타일에 신경 쓰고

용돈 부족한 지 열심히 알바 다니 게 수상하긴 했다.




아들 웃음소리가

어느새 코 고는 소리로 바뀌었다.


부러운 녀석.


지금은 비록

어제 못 끝낸 보고서와 끝없이 터지는 회사 이슈들로

꿈에서조차 회의에 쫓기는 일상이지만


마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숱한 밤을 탕진던 청춘의 시간들이


내게도 한때 있었다는 기억들찾아

다시 잠자리에 든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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