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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pr 11. 2021

접속이 접촉을 대신하는 시대

X세대로 온라인 공간에서 사는 법

온라인이 대세다


'로켓 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해서 시가 총액 100조 기업이 됐다. 적자 경영에도 천문학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아 한때 거품일 거란 소문도 많았는데, 역시 끝까지 버티는 자가 강한 자란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출근할 때 아파트 복도인 쿠팡 박스가 꽤 늘긴 했다.

언택트 시대인 요즘 유통업의 화두는 온라인이다. 전통적 강자였던 <롯데>나 <신세계>가 그룹 내 계열사 매장들을 온라인으로 통합해 연결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문인력도 외부로부터 영입하는 게 유행이다. 하지만 오래 고착된 오프라인 DNA가 발목을 잡아서인지 온라인 태생인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을 따라잡긴 벅차 보인다. 최근 M&A 시장에 비싸게 매물로 나온 <이베이> 인수까지 적극 나서는 이유다.

면세점의 온라인 진출은 오래됐다. 우리 회사는 경쟁사에 선점을 뺏긴 2015년 온라인팀을 신설해 만회를 노렸다. 기획팀에서 해외 신사업을 발굴하던 나는 '인터넷 면세점'맡아 온라인팀에 합류했다. 집으로 배송받는 이커머스와 , 인터넷 면세점은 고객이 온라인 구매한 상품을 출국할 때 보세구역인 공항에서 직접 인도받는 일종의 O2O(Online To Offline) 모델이다.

나는 이 온라인 매장의 '점장'으로서 영업을 총괄하는 한편, 당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의 PM을 동시에 맡았다. 온라인 면세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출과 이익도 챙기며, 기존 운영 시스템과는 다른 글로벌 이커머스 솔루션를 도입해 업무를 혁신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사람 관리였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상품 구색과 마케팅 비용을 늘리면서 사업도 조직도 급속히 커지다 보니 신규 인력이 급증했다. 회사 내 온라인 경험자가 없어 대부분 경력직이거나 신입 공채로 채용했다. 소수 인력으로 신사업 기획만 하다가 갑자기 늘어난 수십 명의 직원들을 관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경력직만큼 이커머스에 대한 경험도 없고, 젊은 신입들처럼 온라인 세상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한 나는 그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았다.  우리는 세대가 달랐다.



나는 X세대다


서구와는 좀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세대 구분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베이비부머 (1955 ~ 63)
: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 (주산 세대)

386세대 (1961~ 69)
: 80년대 대학 운동으로 정치색 강함 (민주화 세대)

X세대 (1970 ~ 80)
: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 개성 중시 (서태지 세대)

밀레니얼 세대 (1981~ 95)
: 베이비부머 자식, 現 청년층의 대부분 (Y세대)

Z세대 (1996 ~ )
: X세대 자녀, TV/PC보다 스마트폰 선호 (유튜브 세대)


1970년 생인 나는 X세대에 속한다. 실제는 1969년 생인데 할아버지가 호적 신고를 늦게 하신 덕분에 세대가 달라진 해피한 케이스다. 컬러 TV의 탄생을 지켜봤고 삐삐의 이모티콘이 할 때 대학시절을 보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기 전 PC통신의 낭만을 아는 세대이기도 하다.

지금도 <접속>이란 영화가 기억난다. 그 시절 러브 스토리도 참신했지만 '사람끼리 접촉하지 않는 온라인 세상'을 뜻하는 간결한 제목이 더 인상적이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알게 됐고, 회사 최초의 홈페이지와 인트라넷을 구축하는 업무를 잠시 맡은 적이 있다. 당시 사보에 사이트 오픈을 홍보하는 내용이 실렸는데 '마우스'올라타고 PC 속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는 사내 광고 모델이 바로 나였. 

밀레니엄이 바뀌던 해, 나는 외국계 컨설팅사로 직장을 옮겼는데 당시 떠오르던 용어가 'e비즈니스'였다. 인터넷이 사업에 접목되면서 모든 기업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모델 즉, B2C나 B2B 마켓 플레이스로 바뀐다는 개념이었는데 컨설턴트였던 나조차 내심 '그런 세상이 정말 올까'하고 생각했었다.  후 십여 년만에 내가 바로 그 현장에 있을지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온라인이란 공간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X세대인 나는 개인적으론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이 편하고 사람들과 직접 보면서 얘기하는 게 익숙했다. 반면 직원들은 오히려 온라인 구매나 메신저 소통에 익숙했다. 그러다 보니 PC나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지는 영업이나 마케팅 용어와 기능이 내겐 낯설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매번 물어보기도, 그들 역시 매번 내게 설명하기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온라인 사업은 매년 2배 가까이 성장했고 3년 만에 1조 매출을 달성하였다. 온라인팀이제 하나의 독립된 온라인사업부로 승격되었다. 이후 1년 정도  있다가 부서를 옮겼지만, 4년간 인터넷 면세점 운영 경험은 나를 오프라인의 X세대에서 온라인의 Y세대가 결합된 DNA로 조금은 바꾸어 주었다. X+Y 염색체를 가진 완벽한 남성이 된 기분이랄까? 덕분에 코로나 이후 생겨난 Zoom 미팅이나 재택근무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일하는 방식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Z세대인 아들과 SNS 친구로 지낸다. 얼마 전엔 아내에게 카카오 뱅크 계좌를 만들어주고 카카오페이 쓰는 법도 알려주며 잘난 척도 다. 유튜브 동영상과 넷플릭스 영화는 대부분 TV로 보지만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는 스마트폰으로도 곧잘 즐긴다. 이제는 X+Y+Z 염색체를 가진 세대로 진화하는 걸까?


하지만 여전히 나는 온라인 세상이 달갑지 않다.


인간이 가진 오감 중

시각과 청각 만이 가능한 온라인이 아닌
후각과 미각은 물론 촉각까지 충족시켜주는 오프라인이 나와 같은 X세대에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접속이 접촉을 대신하는 시대라지만
아무리 MZ세대가 주류라고 하지만
니들도 늙어보시라,

'휴먼 터치' 한게 없다는 걸 그땐 알게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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