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기분 좋은 속도

by 본드형

어제 출근길엔 낙엽 지더니

오늘 퇴근길엔 눈이 쌓였다.

아무리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지만

계절마저 그 속도를 따라가려고 발버둥 치는 것인지...


문득, 수많은 시나 노래가

인생을 길에 비유하는 게 참 적절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한적한 시골길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스팔트가 깔리고 자동차가 다니면서

내 걷는 속도로는 도저히 그 흐름을 맞출 수 없을 때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자동차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길가에 바짝 붙어서 내 속도를 유지해 볼 것인가


지나가는 차를 세워 얻어 타거나

운전을 배워 내 차를 사서 그 흐름에 맞추어 볼 것인가


아니면, 이 길을 벗어나

아직 포장이 되지 않는 다른 시골길을 찾아 떠날 것인가


대설주의보와 함께 요란스럽게 내린 첫눈에

거리의 차들도 사람들 발길도

조금 느려진 하얀 세상이

나에게는 딱 기분 좋은 속도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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