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리 급하다고
퇴직 후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산책이다.
늦은 아침 먹고 한 번,
이른 저녁 먹고 두 번
남산자락숲길을 아내와 걷는다.
지금까지 걸어 본 산책 코스 중 단연 최고인데
이유는 걷기 편하다는 점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뒤쪽 매봉산에서
남산으로 이어진 숲 속 길을 팔도(8%) 경사로 낮게 갈지자(之) 형태로 만들어
유모차와 휠체어도 쉽게 다닐 정도다.
나무데크 바닥이라
궂은 날씨에도 땅처럼 질퍽하지 않고,
중간중간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도 넉넉하다.
이사 온 지 반년 넘도록
이 좋은 곳을 왜 몰랐을까...
산책(散策),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달리기가 신체적 운동이라면
산책은 정신적 휴식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천천히'라는 그 느린 속도가
땀을 흘리고 근육을 키워주기보다는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거나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남산자락숲길을 느릿느릿 걷다 보면
경사는 급해도 남산까지 더 빠른 기존 숲길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반성하곤 한다.
직장인일 때 나는
숨이 턱까지 차도 분명 지름길을 택했으리라.
뭐가 급하다고...
어차피 내려올 산,
남보다 조금 먼저 도착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오늘도 나는
팔도 산책을 하며
과거를 지우고 미래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