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누군가의 노력이다

행운목에 꽃이 피다

by 본드형

작년 가을이었던가


사무실에 있던 행운목의

키가 너무 자라 천장까지 닿은 모습이

목이 꺾인 사람처럼 안쓰러워 맨 위 줄기를 잘라냈는데


아직 푸른빛이 도는 걸 그냥 버리자니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이름처럼 혹시 행운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싶어

집으로 가져왔었다.


화병에 물을 담아

살만큼만 살아라 하며 꽂아 두었는데
어느 날엔가 잘린 부위에서 어린애 손같이 뽀얗고 귀여운 뿌리가

슬그머니 나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 생명력이 신기하고 대견해서

바람 잘 드는 거실 베란다 앞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그리고

유달리 춥고 긴 겨울이 보냈다.


계엄으로 나라가 갈라졌고

전쟁으로 세계가 흔들렸다.


아픈 짱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나는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조기 퇴직했다.


올해는 습한 눈이 많이 내려

老木들도 무게를 이기지 못해 오랜 생가지가 꺾였다.


세상이 온통 우울하고 어두운 것들로 꽉 차 버린 느낌.

행운은커녕,

불행한 일만 더 이상 없길 바라는 시간들이 계속됐고

그런 시간들이 영원할 것 같은 불안감도 커졌다.




행운목에 꽃이 피다


봄이 되고

청명이 지나자마자,

행운목 잎 하나가 뭉툭해지더니 뭔가 나오기 시작했다.


꽃이었다.


보통 십 년에 한 번 불규칙하게 피어

평생 한번 보기도 쉽지 않다는,
그래서 본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바로 그 귀한 꽃이었다.


분명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며

아들 녀석 첫걸음마 떼던 그 순간처럼 아내는 호들갑을 떨었고

나는 수줍게 고개 내민 꽃망울을 쓰다듬으며
겨우내 말라가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재충전했다.


어쩌면 행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게 아니라,


줄기가 잘려도

다시 뿌리를 내리고

결국 꽃까지 피우는 이 행운목처럼

누군가의 치열한 노력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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