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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이유

by 본드형

포레스트는 달리기 시작한다.

이유는 모른다.


첫사랑 제니가 떠나서인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자신이 싫어져서인지,

아니면 달릴 때 나온다는 도파민의 힘 때문인지,

그렇게 시작된 달리기는 미국을 횡단하며

3년 넘게 멈추지 않는다.


이유 없이 달리는 그가 유명해지면서

그를 따라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요즘 러닝(Running)이 인기인가 보다.

저녁에 운동 나간다는 아들을 잡고 무슨 운동이냐고

물어봤더니

북촌에 가서 달리기를 한단다.


우연히 알게 된 지인 따라 러닝크루에 들어갔다고,

딱히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자기 주변에

뛰는 사람이 많다며,

여자 친구도 함께 뛴다는 소리에 역시 사랑의 힘은

달밤에 체조를 하게 만드는구나 놀리고 싶다가도,

한창 넘치는 청춘의 에너지를

그렇게라도 뿜어내는 건강한 모습이 부러웠다.


몇 년 전부터 러닝을 돈 주고 제대로 배운다며

달리는 모습을 카톡으로 자주 보내주던 친구가

생각났다.


지난번 모임 때 물어봤었다.

왜 뛰냐고, 뭐가 좋냐고, 그 뽕 간다는

도파민 때문이냐고.

그 친구는 씩 웃더니 도파민은 무슨...

나이 들어 뛰는 거 엄청 힘들어.

근데, 그걸 참고 다 뛰고 난 후에 오는 성취감이

장난이 아냐. 너도 한번 해 봐.


그럴까? 하고 무심코 말했지만

신병 훈련소 때 걸린 독사같이 생겼던 조교가

연병장을 선착순 돌렸을 때와

출근길 화장실이 급해서 전철역에서 사무실까지

열나게 뛰어갔던 것 말고는

딱히, 힘들고 땀나게 달렸던 기억도 이유도 없었다.


파란 신호등이 깜박이면 남들은 일단 뛰고 본다지만

느긋하게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내가 아닌가.

양반은 비가 와도 뛰지 않는 거니까.




그래도 뭔가

운동 하나는 해야지 해오던 터라


아들의 새 러닝화를 사 준다는 아내에게

이참에 나도 사서

러닝크루에 들어가 달리기나 해 볼까 했더니

정색을 한다.

오늘 뉴스도 못 봤어?

젊은이들 사이 잘 나가던 러닝화 회사의 주가가

최근 하락한 이유가

아재들이 그 브랜드를 시작하면서부터래.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1091008?sid=101


뭐라...

오기가 생긴다.

중년에 뛰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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