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없는 작은 동정이라도

그들에겐 엄청난 에너지가 된다

by 본드형

15년 넘게 함께 살아온 반려견 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부터 아내는 후원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르완다의 한 여자아이에게 매달 몇 만 원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데, 우리한테야 하루 식사값 정도겠지만 그녀에겐 교육을 포함한 한 달 양육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녀의 사진과 아이 아빠가 쓴 감사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아내는 그 여자아이를 검은색 암컷 토이푸들인 짱이의 환생이라 여기는지도 모르겠다고...

우리집 냉장고에 붙어있는 사진




글쓰기 수업을 다녀오다가 길바닥에 죽어있는 비둘기 시체를 봤다.


차에 치였는지 몸의 형태가 심하게 망가졌고 회색 아스팔트에 붉은 핏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폭염경보가 내린 한낮 뙤약볕 아래, 오가는 사람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 죽음이 왠지 서글프게 느껴져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아스팔트 위에 죽어있는 비둘기

집에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이젠 살았다 하며 샤워를 했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나니 세상 모든 행복감과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강의자료 준비에 열심인 아내를 방해하지 않으려 침대에 들어가 이어폰을 끼고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이란 넷플릭스 영화 하나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소 지루해 보다 잠들겠구나 싶었는데, 실화가 주는 생생한 스토리에 어느새 나도 몰래 빠져들었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윌리엄 캄쾀바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13세 소년 윌리엄 캄쾀바는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그토록 다니기 원하던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는다.


가뭄으로 먹을 것이 없어져 기아에 시달리지만 정부에서 나눠주는 식량조차 충분치 않아 마을 사람들 간 약탈이 자행된다.


건전지 살 돈이 없어 라디오도 제대로 못 듣는 상황에서도 윌리엄은 희망을 잃지 않고, 과학책에서 봤던 지식으로 아버지의 자전거 발전기와 고철 쓰레기를 모아 커다란 풍력 발전기를 만든다.


이를 이용해 마을 우물가에서 양수기로 물을 퍼내고 결국 식량난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윌리엄이 전 세계 많은 후원을 받아 미국의 명문 다트머스 대학을 졸업해 성공한 작가와 발명가로 살고 있다는 후일담도 소개된다.




경제가 어렵다고
전 국민이 몇 십만 원씩
받는 나라에 살면서


평생 한번 가보지도 못할, 이름도 잘 모르는 나라의 가난한 삶을 제대로 공감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가식이나 위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을 같은 인간으로서 충분히 동정할 수 있으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비둘기의 죽음에 같은 생명체로서 연민이 드는 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감까진 못하더라도

그러한 동정이란 감정을 우리가 가졌기에


어둠을 밝게 비치는 작은 자전거 발전기처럼

그들에게 커다란 에너지를 수 있는 세상이란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팁 하나,

공감과 동정은 비슷한 듯 다른 뜻이란다.


공감(empathy):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기쁨을 본인도
그들 안(em=in)에 들어간 것처럼 느낌.
*이해심과 유사한 뜻

동정(sympathy):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을 자기 일처럼
함께(sym=with) 아파하고 슬퍼함.
*연민이나 애도와 유사한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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