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이 시작됐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생각났다.
2시간 걸려 찾았던 충주호 단풍의 궁색함에
실망한 게 바로 엇그제였는데
오늘 아침 동네 산책길에서 발견한 붉은 잎새들이
이리 선명할 줄이야...
더워진 지구별에 살면서
여름과 공존하는 가을 풍경이 아직도 낯설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이 전설의 계절은
속절없이 찬란하기만 하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충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영동고속도로에서
아내가 가르쳐 준 말이다.
해지기 직전 눈부신 하늘처럼
임종 전 사람도 잠깐 기력을 되찾는 때가 있는데
삶의 마지막 순간을 환히 비추기 위해서라고 했다.
올 가을 단풍이
그토록 기다려진 이유를 알겠다.
지난여름 초록빛 기억들이 사라지기 전에,
낙엽 되어 차가운 땅 속에 묻히기 전에,
마지막 전성기가 한 번은 남아있다는 그 전설을
아직 믿고 싶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