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동맹 - 3

Ep7

by 유월

"근데 이제 복귀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더 궁금한 건 없고요?"

누구 하나 명확한 답을 내놓질 않고 질문만을 하는데도 이야기가 이어진다. 캡틴은 재밌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도 지지 않았다.

"복귀 늦어지면 혼나잖아요."
"저도 혼나요?"

캡틴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 걱정스러운 그런 말에도.

"... 부장님한테 혼나는 거 아니에요?"

캡틴은 그동안 봤었던 가벼운 미소 대신 호탕한 웃음을 뱉었다. 너무 호탕한 웃음에 내가 조금 머쓱해졌을 만큼. 민망함에 목소리는 작아지고, 얼굴이 빨개질 뿐이고. 캡틴은 더 크게 호탕히 웃을 뿐이다.

"그 정도로 웃긴가요..."
"참 순수해요, 항상. 근데 그게 매력이죠."

차가운 옥상 공기 아래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 캡틴은 빨간 내 볼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거뒀다.

"제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죠? 나중에 또 얘기해요, 우리."
"시간이 그렇게 지났어요?"

무심코 폰을 보니 시간은 한참 지난 뒤였다. 나는 수긍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캡틴은 뽀시락거리며 사탕을 찾으려 애를 썼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작게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너무 많이 주셨어요!"

캡틴은 또 아이처럼 웃어 보이고.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캡틴을 뒤로했다. 캡틴은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심히 가요, 넘어지지 말고.' 외칠 뿐이었다.

아까 받는 사탕을 까서 입에 넣는다. 달달한 초코향, 혀를 감싸는 그 달콤함. 옥상 계산을 내려가는 길은 그런 기분이었다. 둥둥 떠다니는 가벼운 걸음을 걷는 일.

짙은 담배 연기를 맞이한 것은 옥상 계단을 다 내려간 뒤였다. 늘 그렇듯, 아니 어쩌면 이제야 자각해서인지. 뿌연 시야 끝엔 익숙한 사람이 보였으니까.

"... 준이구나."

준은 그날처럼, 담배를 물고 있고. 내게 당당하지도, 제대로 숨겨내지도 못한다. 당당하다면 나를 보고 저리 황급히 담배를 끌 필요는 없을 텐데. 준에게 지적하는 것 대신 나는 그저 시선을 돌릴 뿐이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나의 말.

"... 이제 퇴근하려고, 난."
"아까, 간 줄 알았어..."
"그랬구나, 할 일이 좀 있어서."

준은 안절부절못하더니 내 앞으로 자리한다. 순간 매캐한 담배향이 확 풍긴다. 청량한 옥상의 공기와는 전혀 다른, 탁한 숨결. 준은 빤히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낯선 나를 발견이라도 한 듯.
준은 할 일이 있었단 내 말에 의문이 들었는지 내게 무엇이든 묻고 싶어 보였고. 내가 느끼는 그 불쾌한 향을 모르는 듯 가까이 다가와 묻는다. 어쩌면 조금 따지듯이.

"무슨 일인데? 퇴근하고 할 일이 뭐 있다고..."

준은 조금 격양된 듯했다. 담배향에 내가 인상을 쓰고 표정을 구기자 준은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내 입에 물린 사탕을 보곤 표정이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사탕... 사탕이네?"

차분한 듯, 서늘한 목소리. 작게 속닥이는 목소리. 탁한 담배처럼 무언가 턱 걸리는 그런 음성. 준의 눈에 사탕이 거슬린 것처럼. 왜인지 더욱이 역해지는 담배향에 나도 참을 수 없던 모양이었다.


"... 너무 역해."
"뭐?"
"담배향이 역하다고..."

준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으니까. 나 역시 준의 말이 들리지 않은 것처럼 굴고 있으니까.

"... 내 말에 대답해 줘, 캡틴이랑 있었어?"
"... 다음에 얘기해."
"옥상에 있었던..."

준은 추궁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가까이 붙어올수록 불쾌한 담배향이 머리를 울린다. 이 불쾌함은 순전히 담배향 탓인지.

"그만, 나 머리 아파. 담배 향 다 빠지고, 나중에..."

달콤한 사탕 사이로 스민 담배향이 역해서 사탕을 으적 깨물려고 애를 써본다. 사탕은 아직 단단하여 쉬이 깨지지 못한다. 아주 작은 자국을 내었을 뿐.

"정말, 캡틴이랑 같이 있었어?"

점점 격양된 목소리로 묻는 준. 나도 준에게 묻고 싶었다. 나 역시 묻고 싶은 것이 없던 게 아니었다.

'아까 옥상에서 준은 누굴 찾았을까.'

입안 달달한 사탕을 굴린대도 더 이상 달지 못하다. 그 달달함은 생각을 정리하는 데 사용되었을 뿐이니까.
준의 목소리는 흩어진다. 어디로 모이지도 못하고 휘발되듯 날아가니까. 담배연기처럼 멀리.

'네가 찾은 건 정아일까. 아니면...'

준을 마주한다. 나는 솔직할 수 있을까.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