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연락이 많이 오네.'
준과 그렇게 헤어진 뒤, 준에겐 장문의 연락이 왔다. 결국 또 미안하다는 사과와 반성. 일을 시작한 뒤로 준과의 거리는 멀어지기만 하는 기분이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답답한 기분 탓이었다. 요즘은 준의 연락에 답할 말이 없다. 예전엔 학교 이야기를 하며 웃었지만, 요즘은 일 이야기 말곤 단절되었으니까.
"내가 피곤해서 예민해진 건지..."
스스로 자책을 한대도 답이 나오진 않는다. 나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준을 이해해보고 싶으니까.
준에겐 학교에서 보면 이야기를 나누자고 연락을 보내두었고. 다시 이불속으로 몸을 숨긴다. 지나친 피로감이 몰려왔다.
"정신이 피폐해지는 기분이네. 정말"
하루 종일 들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낙하산이라던지, 그리고 그중 정아님의 이야기. 스스로 정아 님하며 호칭을 붙이고 싶지가 않다.
"정아님...이라고 하기가 싫다."
늘 예의나 예절을 따지던 나지만, 피로한 탓인지. 정아라는 이름만 힘없이 부른다. 존중은 서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어린 생각이었다.
깊은 생각 끝 핸드폰 진동이 울렸고. 그 알람은 다름 아닌 캡틴의 전화였다.
-집에 잘 갔어요?
"네, 캡틴. 지금 일하는 시간 아니셔요?"
-저 사탕 먹으러 나왔는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그리고 달그락 거리는 사탕의 소음이 귀에 닿는다. 창문이 닫힌 방인데도 공기가 통한다. 축 내려앉던 공기가 다시 들뜨는 것처럼. 티 내지 않으려 나도 장난을 건넨다.
"진짜 그러다 이빨 썩으실 것 같은데."
-담배 피우는 애들보단 오래 살지 않겠어요?
"상한 이빨로 오래 지내시면 어떡해요."
-또 한 마디도 안 지네요.
사실 캡틴이 연락을 해온 것은 더 이상 업무보단, 사탕 동맹의 연락 같았지만. 굳이 묻고 싶지 않았다.
"저도 사탕이나 먹어야겠어요."
-아까 더 받아가지.
"그러게요, 괜히..."
습관적으로 따라서 사탕을 입에 문다. 늘 그렇듯 달콤한 향. 내 방 가운데 퍼지는 그 작은 향기. 늘 코에 닿던 짙은 향수 대신 그저 무취. 달그락 사탕 소리 뒤 나는 괜히 숨을 죽인다.
-무슨 일 있어요?
사탕을 물고 있을 뿐인데, 목소리가 왜 잠기는지.
"... 아뇨, 없는데..."
수화기 너머로 당황하는 캡틴의 목소리. 나는 왜 수화기 너머 저 목소리에 위로를 받을까. 나는 왜 훌쩍이게 될까.
-목소리가... 전화 계속해도 괜찮아요?
"네, 네...."
캡틴은 아무 말없이 사탕을 달그락 거렸고, 나 역시 사탕을 와그작 씹어낸다. 아직 다 아물지 못한 듯한 혀 끝. 비린 맛을 혀끝에 남긴 채, 사탕의 단맛을 남긴다. 몸에 안 좋은 사탕, 다 깨져버린 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