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5층 일은 이제, 뭐 쉽잖아."
"전보단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일 잘하니까. 그러니까 3층에도 오라는 거지."
"... 감사합니다, 열심히 고민해 볼게요."
평소엔 내가 출근하고도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부장님이셨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출근도장을 찍으셨다. 오늘은 결혼식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내게 확답을 듣고 싶으신 거겠지...'
부장님은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 분이다. 사실 통화에서도 내 의견이 궁금하다기보단, 통보에 가까운 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입사한 뒤 부장님의 말을 거스른 적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부장님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었으니까. 내가 대충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회피하자 부장님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건네셨다.
"준이랑 같이 다녀야지. 얼마나 좋겠어."
"아, 네 그렇죠..."
"둘이 오래 만났다면서. 자주 봐야지. 대학 간다며 너는."
"네, 저는 곧 입학하니까..."
"자주 봐, 준이가 애처럼 구는 경향이 있잖아. 내가 준이를 참 아끼거든. 아, 오늘 점심은 뷔페에서 먹어. 3층에서 사람 보낼게."
"아, 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장님은 짙은 담배향을 풍기며 자리를 비우셨다. 누구를 보내주신다는 건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리 끝난 대화였다. 준을 불러준다면 3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무척 숨이 막히고 괴로울 텐데. 그렇다고 내려가시는 부장님 뒤통수에 준은 안 돼요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한숨을 푹 내쉬는 걸 택할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장님이 준을 아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 준은 부장님을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았으니까.
'담배라도 같이 피우는 사이려나...'
혼자 멍하니 결론을 내리곤, 비웃음을 참는다. 매캐한 담배향이 얼마나 달콤하기에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어떤 대답도 명쾌하진 못했다.
짙은 담배향은 코에 오래 남고, 나는 늘 그렇듯 인사를 뱉는다. 점심엔 또 정아를 만나야만 할 것이고. 준과는 마주치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려야만 하겠지. 어쩌면 캡틴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다른 마음으로 3층에 가야 한다.
'더 이상 휘둘리지 않아야 해.'
손님이 적고, 시간도 가지 않으니 생각할 시간이 길어진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내 모습이 싫었을 텐데.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음에 안도하게 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3층에서 사람이 오는구나.'
저 멀리 나를 부르러 온 사람이 보였다. 작은 체구, 그리고.
짧은 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