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부장님 결정이었어. 바리스타 일을 너에게 안 맡기는 건."
"그러니까 왜, 내가 안 되는 건데?"
"부장님, 결정이라고 말했어요. 인수인계 중입니다."
캡틴은 성내는 정아를 앞에 두고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평소엔 정아와 반말로 편하게 대화하던 캡틴이었기에. 캡틴의 존댓말은 낯설게 느껴졌다. 정아는 그동안 한 번도 바라보지 않던 나를 노려볼 듯 쳐다보고 자리를 지켰다.
"나와요, 일 해야죠. 오늘 바쁘다는 말 못 들었어요?"
"...하 진짜, 짜증 나네."
정아는 투덜거리며 본인의 포지션으로 돌아갔고. 나는 그 사이에 홀로 남아있었다. 나는 아까부터 빈 잔을 손에 쥐고 있었을 뿐이고.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빈 잔은 딱 그 정도의 무게만을 안길 뿐이다. 온기 없이 차갑게 식어가는 잔은 딱 5층의 난로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 정적을 깬 것은 캡틴이었고. 나는 캡틴의 눈을 마주 봤다.
"신경 쓰지 말아요. 정말 부장님 지시도 맞고. 정아가 여기로 포지셔닝될 일은 없으니까."
"네 말씀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니 캡틴은 내게 항상 존댓말을 해주곤 했다. 나는 대강 대답을 하고 빈 잔을 꼭 쥐었는데 캡틴은 그 빈 잔 위에 손을 올리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냥 빈 잔은 내려놓아도 되니까."
"... 그렇네요."
캡틴은 다시금 샷을 내리고. 원두향의 틈으로 캡틴의 향수 냄새가 섞인다. 나도 몰래 그 향에 대해 감상을 더한다.
"항상, 향이 좋으세요."
"고마워요. 근데 바리 일 맡을땐 못 뿌릴 것 같긴 해요. 오늘은 바리로 올지 몰라서."
"바리스타는 향수를 뿌리면 안 되나요?"
"아무래도, 향이 섞이면 커피 향이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 그렇구나..."
캡틴은 작게 어떤 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았지만. 작은 소리에 나는 듣지 못해 되물어보았다. 캡틴은 또 눈을 접으며 예쁘게 웃어넘길 뿐이었고. 나는 손을 뻗어 원두를 받는다. 탭핑 작업을 배우며 손에 힘이 들어가고. 코 끝엔 원두와 캡틴의 향이 뒤죽박죽 섞인다.
'커피는 잠을 깨우는 건데. 취하는 것 같네.'
나는 캡틴을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있는 이곳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어울리는 자리... 일까. 정아는 이 자리에 대한 이유를 찾았을까.'
정아의 말을 곱씹는다. 커피가루를 툭툭 쳐내며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