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근데 정아님은 왜 안 되는 건가요? 저도 사실 여기에 대한 경력은 하나도 없는데..."
"정아가 여기에 왔던 적이 있긴 해요. 컴플레인이 많이 걸렸죠"
"커피 맛 때문인가요?"
"그것도 있고... 다른 이유도 꽤... 있었거든요"
"바리스타 역량이 중요하군요..."
"네, 커피는 생각보다 바리스타의 영향이 크거든요. 애초에 정아는 흡연자고... 섬세하지 못하니까."
캡틴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정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느긋하듯, 천천히. 그러나 다정하게 한마디 한마디 힘을 주며.
"정아가 원하니까 그래도 배정해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근데, 이 자리는 부장님이 지정하신 거예요. 부장님이 정아를 지정하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자부심 가져요. 일은 배우면 되는 거고, 잘할 수 있잖아요."
캡틴은 내 마음을 읽은 듯, 듣고 싶은 말들을 딱딱 내뱉는다. 커피 머신은 열을 받아 뜨겁고, 내 볼도 조금 뜨거워진다. 겨울날 열기가 오를 것은 없는데. 볼이 뜨거워 볼에 손을 올린다.
눈으로는 캡틴의 손을 계속 따라간다. 캡틴의 손은 단정히 정리되어 있었고. 하얀 손 끝에서 만들어내는 커피는 정갈해 보였다. 동작은 절제되어 있었고. 어느 부분에서도 서두르거나, 느리지 않게 제 속도를 찾았다. 캡틴에게 커피 향이 섞이며 새로운 향이 나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옆에서 눈으로 따라가며 그 향에 취했을 뿐이었다.
캡틴의 말에서 의문점이 있었다면. 부장님이 날 고르셨단 부분이었다. 내가 일을 잘하는 것에 대한 인정이라고 하기엔 부장님은 내 근무를 많이 본 적이 없다. 부장님이 날 선택해 주신 이유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캡틴을 따라 원두를 내리고, 손님께 제공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꼈다. 캡틴이 곁에 있기에 손님들이 두렵지 않았고, 정아의 공격에서도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정아의 따가운 시선이 내게 닿았지만. 캡틴은 그런 정아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내게 미소 지어줄 뿐이었다. 캡틴은 끝내 웃으며 인수인계를 마쳤고.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뒀다.
"내일까진 같이 일할 거예요. 일이 어렵진 않아서 다음 주엔 혼자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지원 요청하면 제가 올 거예요."
"아니에요, 인수인계도 너무 잘해주셨는데 혼자 할 수 있어요!"
"같이 일하고 싶어서요. 제가."
대답 대신 캡틴을 바라보자 캡틴은 포지션을 벗어나며 슬쩍 웃어 보인다. 캡틴은 늘 그렇듯 여유로운 미소로 자리를 벗어나고. 나는 그런 캡틴에게 시선을 보낸다.
"내일 또 봐요."
캡틴의 옆은, 이런 자리다. 여유를 잃고 시선을 빼앗기는 것. 찰나에 어떤 생각도 들지 않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