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 2

Ep12

by 유월

'술을 마시니까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네.'

사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싶기도 했지만. 끝내 집에서 편의점 맥주를 마신 것은 부모님의 바람이었다. 나 역시 친구들과 술을 그리 먹고 싶진 않았다는 합리화를 끝으로 집에 자리한 것이다. 준도, 친구들도 내게 이유를 물었지만. 첫 술은 가족에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 내 대답이었다.

처음 마셔본 맥주는 입에 맞지 않았고. 부모님 취향에 맞춘 안주들 역시 입에 맞진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좋은 딸이 되었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었으니까.
한 입에 들이킨 맥주는, 불쾌한 탄산감을 안겼고. 알코올 향이 가득한 술은 역해서 한 잔을 다 먹지 못했다. 물을 단숨에 들이켜니 가족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라며 나를 놀리기 바빴다. 그 한 잔이 답답했던 것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길래 그 술이 쓰지 않다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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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엔 못 오신다는 거죠?"
"응, 엄마가 바빠서 못 갈 것 같네."
"괜찮아요, 준이랑 보낼게요."
"엄마가 준 덕분에 얼마나 안심인지 몰라. 둘이 맛있는 밥도 사 먹어. 돈 챙겨줄까?"
"아니에요, 저도 돈 버니까."

졸업식에는 나 홀로 가게 되었다. 가족들은 죄다 바쁘니.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졸업식에선 오로지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는 날. 술을 먹었으면서 교복을 입는다는 것은 내게 우스운 일이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술이라니. 조금 죄책감이 드는 일이기도 했다. 부모님과 마신 술이니 괜찮을 거라는 합리화와 함께 나는 넥타이를 조였다.


엄마는 준과의 내 사이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학생이 무슨 연애냐 탓하셨고. 공부에 재능이 없던 준이 탐탁지 않으셨던 탓이었다. 성인이 되니 준과의 교제에 반대가 없어지신 탓인지. 꽤 길어진 기간에 나와 준을 진지하게 봐주시는 것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준과는 시간을 가진 뒤 예전처럼 적당히 어울러 지냈고. 데이트 횟수는 줄었지만, 준은 날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었다. 5층 일을 배웠던 것처럼, 준은 바리스타 일도 열심히 알려주었다. 준은 사실 바리스타가 꿈이라고 했으니까. 나는 누구보다 일을 빨리 배울 수 있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께 전하는 말, 마지막으로 외칠 이 학교란 단어.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고, 내 마지막 등굣길은 복잡한 마음으로 걷게 되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학생. 이제 새로이 '2'라는 숫자를 장착할 이십 대. 스무 살은 십 대 때와는 다르다던데. 운동화가 무거웠고. 길을 걸어가며 보이는 풍경에 조금 멀미를 했다. 숙취가 있진 않았음에도.
준은 오늘도 날 데리러 왔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거였고. 나는 그 손을 주시한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스무 살이 된 우리는, 어떨까.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