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자리
취했다, 술 한 잔 걸치지 않았는데. 침상에 남은 네 향이 날 취하게 만든 것인지. 괜스레 어지러워진다. 그저 눕는다. 네 향 위에 누워 머무른다. 그러다 이내 사라질 네 향기에 조금 울먹거렸나. 취한 거면 깨야 하는데 왜인지 깨고 싶지 않아서 얼굴을 감싼다. 간밤 네 온기는 이미 식어빠진 이 자리에 내 체온만이 이 자리를 달군다. 마음도 이러했겠지. 넌 내내 식어가는 마음을 내 사랑으로 달구었겠지. 네 품에 기대 느낀 박동은 어쩌면 내 심장 소음이었겠지. 너는 날 보고 설레진 않았겠지. 그저 조금 떨려주었겠지.
네 향은 짙고 어두워서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는데. 너무 짙어서, 취하게 만들어서. 쉽사리 떨쳐낼 수조차 없어서. 너란 존재도 그러해서. 난 중심도 못 잡고 비틀비틀. 이 밤에 잠 못 이루고 이리 홀로 남았고. 넌 내 온기가 그리워질 때쯤 들러 그저 온기만을 앗아가고. 내게 작은 박동만 들려주었겠지.
홀로 누운 이 자리에, 네가 눕길 바라 남긴 베개가 외로워. 난 베개를 바꿔 눕고도 편치 못해서. 네가 떠난 자리에 너를 그려서. 너의 옆모습만을 그리고. 네게 안긴 품을 떠올리며 한기에 몸서리쳐서. 어제의 뜨거운 온기는 어디로 갔나. 왜 이리 추운가.
취했나, 아니 정말 깨고 싶지 않은가. 비틀거리며 네게 안기고 싶은 난 어쩌면 깨어버릴, 알량한 존심조차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