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끝에 서서
꽃은 시들어버렸어. 버릴까 고민, 또 고민하다가 버리기엔 후회될까 버티고만 있어. 꽃은 제빛을 잃어버린 지도 오래지만. 뭔가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지.
예전부터 빈 공간을 싫어했거든. 뭐든지 채우고 싶었어. 마음도 빈 공간일랑 만들기 싫었어. 무언가 채워져 있어야 그 채움에 만족하곤 하니까. 요즘은 내 마음이 분명 채워져있어야 함이 분명한데도. 뭔가 채우고 싶더라. 이건 아마 내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난 늘 지치게 만들곤 했어. 그게 누구든 다 질려 떠나곤 했어. 물론 그게 내 마음의 부재 때문은 아니었어. 떠날 땐 늘 내 마음이 가득 찬 상태였거든. 마음은 비워내도 티가 나지 않으니 많이 울었어. 뭐라도 흘려보내야 비움에 티가 나는 법이잖아. 지금 나는 굳이 티 내지 않고도 알겠더라. 단 번에 깨달은 것은 아니야. 비워낼 필요 없다는 건 나도 최근에야 알았어.
나는 바라는 게 많았어. 이게 그들을 지치게 한 이유일 텐데.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어. 아이러니하게 무언가 바랄 때 숨이 막혔어. 그제야 떠난 이들의 마음이나 공감했달까. 우습지. 지금 비워버린 그들의 마음이 공감된 다는 게. 그래 우습게도 이미 비운 그들의 자리가 더 많았는지도 몰라. 채웠다가 나간 게 빈 마음보다 큰 걸까. 이건 아직도 잘 몰라서 말을 할 수가 없어.
나는 아팠어.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팠어. 예전이라면 단박에 떠난 이 탓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컨디션 난조라고 생각했어. 이유를 그곳에서 찾고 싶진 않았어. 그에서 무엇도 채워두지 않았으면서 찾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아님 억지로라도 비워내고 싶던 건가. 좋게 말하면 탓하고 싶지 않던 건데. 달리 본다면... 그래 그 말이 다 맞아.
나는 말을 잘 하진 못 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 중요한 이야기는 늘 설단에 머물러. 이번에는 우습게도 먼저 내뱉고 싶다 생각했어. 자존심도 굽히고 싶지 않은 건지. 아니면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몰라.
조금은 슬프게도 잡아주길 바라기도 해. 나는 아니라고. 너의 마음과는 다르다고. 다만 내가 아는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겠지.
꽃은 시들었어. 시든 꽃을 버린다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