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발끈이 풀리는 이유

단편소설과 수필 사이

by 유월

신발끈이 풀렸다. 누가 날 떠올리는지.

신발끈이 풀리면 누군가 나를 떠올리는 것이라던 속설을 들은 적이 있다. 신발끈이 자주 풀려 스트레스를 받던 내겐 이 말이 꽤나 듣기 좋은 말이라 기억에 오래 두었다.
그래도 어느 순간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최근 자주 풀리는 신발끈을 보며 그저 풋 웃음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누군가 날 떠올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생각이 들은 것이겠지.

너는 신발끈이 자주 풀릴까. 나는 하루 종일 너를 떠올리니 너는 신발끈이 하루에 수십 차례는 풀려야 할 터인데. 최근 집에서 쉬고 싶다며 친구도 만나지 않고. 나 역시 만나 주지 않으니 신발끈 풀릴 새도 없으려나. 조금 서운하다가도 네가 귀찮을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는 것을 보면 너를 많이 좋아하나 보다.

너에게 고백을 한다면 어떤 말이 좋을까. 사귀자라는 그런 흔해빠진 말이 아니라 특별한 말로 네게 전하고 싶은데. 사랑한다, 좋아한다 이런 예측되는 말이 아닌 오래 고민하고 마음에 오래 남을 말을 해주고 싶은데 말이다. 최근엔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너는 신발끈 자주 풀리겠다."라고 말한다면 너는 어떤 반응일지. 그게 참 궁금했다.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네게 조심히 안기며 말을 전하는 거다. "내가 하루 종일 널 생각하니까. 누군가 널 떠올리면 신발끈이 풀린다고 하잖아." 담백하게 전하고 뒤이어 내 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속상하고, 서운해도 당연한 사이가 되면 좋겠어. 내일도 너와 함께하는 게 당연한 사이. 연락하지 않아도, 연락을 쭉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이."그렇게 두 볼 붉히고 뒤로 숨긴 꽃다발을 건네어주는 것이다. 그게 내 고백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절을 당한대도 그냥 그런 고백이라면 네게 전하고 싶겠다고 자주 생각을 했다.

나는 겁쟁이니까. 그저 네 연락 하나하나에 기뻤다가 슬펐다가. 어느 날 풀린 신발끈 하나에 네가 날 떠올렸으려나 설레하는 것이 전부지만. 이미 너 역시 나의 전부가 되었을 테니 너란 존재를 부정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간 너에 대한 이 꼬인 감정의 끈을 풀어야만 할 텐데. 나는 풀고 싶지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네가 없는 삶은 너무 고요할 것 같아서. 지금도 너의 칭찬 한 줌에 나는 하늘을 나는데. 네가 없다면 나는 어떻게 날아갈 수 있을까. 네가 좋은 사람은 분명 아닌데. 왜 나는 항상 너를 떠올리고 좋아하는지.

어느 날 네게 이런 연락이 오면 좋겠다. '신발끈이 자주 풀리네.' 그럼 나는 자연스레 전할 텐데

"내가 널 생각하는 게 지금에서야 들켰나 봐."

내 마음을 전할 순간이라도 오면 참 좋을 텐데. 쉬이 풀리는 신발끈이랑 달리 풀리지 않는 우리의 감정은, 사이는. 언제쯤 매듭을 지을지.


내 신발끈이 풀린 건 네 탓이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