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궁금한 거 있어요? 뭐, 무엇이든지.”
캡틴은 이내 다시 미소를 짓고 내게 되물었다. 나는 아직 수다나 떨자는 캡틴의 말에 미처 대답하지 못했지만, 결국 대화를 이어가게 되었다. 웨딩홀의 다른 사람이 물어봤다면 업무 관련하여 질문을 했을 텐데, 나도 모르게 왜인지 다른 질문들이 생각났다.
“나이 여쭤봐도 알려주시는 거예요?”
“그건 생각 못한 질문이네요?”
“뭐든 알려준다고 하셔서...”
캡틴은 뚱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답해왔다.
“여섯 살 차이요, 저 스물 다섯살이거든요.”
젊어 보이긴 했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어렸고. 나이보단 프로페셔널한 느낌이라 나이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내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듯하자 캡틴은 놀라며 되물었다.
“왜요, 저 나이 들어 보여요? 아저씨 같나... 저 그래도 동안 소리 꽤...”
“그런 이야기는 안 했어요.”
“거울치료 당하는 기분이네요.”
“아저씨 같진 않아요. 오빠 같은 느낌이죠.”
“사회생활 잘하네요?”
“감사합니다만 저희 언니가 그 나이대라서요.”
“언니가 있었구나.”
“하나 더 여쭤봐도 돼요?”
“그래요, 동생 질문이면 들어줘야지.”
그 짧은 시간에 캡틴이 무척 편하게 느껴지는 게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바람이 시원해서인지, 캡틴의 아이 같은 화법 때문인지. 무례해 보이려나 생각하면서도 캡틴에게는 말을 편하게 내뱉게 되었다. 그러다 저번주의 일이 생각났다.
“근데요, 캡틴.”
“네.”
“담배 정말 안 피우세요?”
저번주를 생각해 보니 준이 캡틴에게 담배를 피우러 가냐고 물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캡틴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내가 담담하게 되묻자 캡틴은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조곤조곤 대답해 내기 시작했다. 저번주의 대화를 들었단 내 말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기억력 좋네요. 이것도 사회생활?”
캡틴과 대화하면 원하는 대답을 듣기가 쉽지 않다. 대화가 잘 통하는 듯해도 저렇게 말을 빙빙 돌려버리니 대화에 끌려가게 된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자 캡틴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저 담배 안 펴요. 저 안 믿는 거 같길래 서운해서 그랬어요.”
“그러면 준은 왜 그런 말을...”
“전, 담배 안 피고 맞담은 하니까?”
“네에?”
캡틴은 다시금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사탕을 또 쓱 꺼냈다. 그러곤 입에 쏙 물었다. 달달한 사탕 향기가 가득히 코 끝에 닿는 기분이 들었다. 황당해서 캡틴을 쳐다보자 캡틴은 또 작게 조곤조곤 말을 건넸다.
“이제 시간 다 됐겠다, 그쵸?”
-
캡틴과 대화를 하다 보니 준의 일을 조금 잊은 것도 같았다. 복귀를 하자마자 다시 생각이 났지만. 언제부터 담배를 핀 건지, 거짓말을 왜 했는지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두통이 더 큰 문제였다.
‘스트레스만 받으면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캡틴과 대화할 때는 그 여유에 끌려가느라 두통이 오지 않았는데, 이젠 머리가 미친 듯이 아팠다. 준과의 관계는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고. 준은 아까 날 잡지 않았다. 어쩌면 헤어질 때가 된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타이밍이 참... 아무리 다른 층 근무라지만, 남자친구랑 같이 일하려고 여기 온 것도 있는 건데.’
헤어짐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이런 일로 헤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 대학 가면 준과 내가 헤어지는 것이 기정사실인양 말했지만, 난 그 말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준은 늘 신뢰를 보여주는 사람이었고, 난 준을 믿었으니까.
‘근데, 이젠 준을 믿을 수 있나?’
신뢰란 무거운 것이다. 그렇다고 헤어질 이유까지 되나 하는 생각이 뒤를 잇는다. 첫 연애였고, 헤어진다면 이번이 첫 번째 이별이었다. 이별의 이유가 뭐지, 합리적인 이유는 되나. 머릿속으로 추억을 되새긴다. 뒤이어 뿌연 담배연기. 그리고 청명한 옥상의 공기.
나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