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250불로 이사하기

부재: 올해 2월부터 5월까지의 복잡하고 바쁜 여정

by Elora szu

얼마 전 드디어 베이스먼트 생활을 청산하고 무려 13층이나 되는 콘도로 이사를 왔다. 한국방문을 하기 바로 직전 이사가 성사된 거라 사실 두 달 정도의 도파민으로 무료함을 지웠다. 그런데 웬걸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출이 너무 많아서 이거 이거 머리를 아주 잘 써서 소비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우선 첫 번째, 캐나다는 텍스 신고를 2월부터 시작한다. 한국방문부터 이사까지 연초부터 신경 쓰이는 게 많을 것 같아 2월 땡 하자마자 어카운턴트를 통해 텍스 신고를 했다. 여태껏 혼자 wealthsimple을 통해 내가 직접 신고를 하다가 작년에 뭐가 꼬였는지 받아야 할 돈보다 1프로 남짓 받았다. 어카운턴트를 통해 신고를 하게 되면 그들이 내가 놓칠 수 있는 베네핏이나 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것들을 잘 처리해 준다기에 100불 아래로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외노자로서의 불안함을 지울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신고를 했다. 그런데 뭐야. 작년에 받았어야 하는 돈만큼 뱉어내란다.. 생각보다 너무 큰 금액에 놀랐고 다행히 작년부터 금전적으로 생활이 나아져서(여유X나아짐O) 저금을 줄기차게 한터라 다행히 낼 수 있는 목돈이 있었다. 불만이 가득했지만 뭐 내라는데 어떻게 하겠나 그냥 내야지. 일단 돈을 낼 수 있는 기간을 넉넉히 준다. 기한은 다행히 한국을 다녀와서까지다. 일단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한국 여행 계획과 선물 주문. 선물은 고사하고 일단 안 입는 옷가지나 가져오거나 빈손으로 오라신다. 안 입는 옷가지ㅋㅋㅋ 엄마와 나는 옷을 나눠 입었다. 둘 다 비슷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탓에 그리고 서로가 돈 주고 안 살 것 같은 예를 들면 엄마는 너무 단정하고 세련된 걸 사면 나는 일명 MZ스러운 옷을 가지고 있었고 둘 다 옷 욕심이 많아서 안 입는 옷을 가져오라는 뜻은 요새 뭐 가지고 있나 뭐 이런 의미다.

자 이제 본심으로 돌아와서 내가 돈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까라는 물음에 오 년 만에 오는 딸내미를 위해 엄마 아빠는 돈도 가져오지 마라 신다. 오케이 그러면 그냥 원래 생각했던 돈에서 일부는 엄마아빠 용돈을 위해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돈을 부쳐두었다. 한국에 가 있는 동안 2주마다 들어오는 급여를 묵혀뒀다 한국을 다녀오면 텍스부터 낼 계획이었다. 자 그러면 벌써 미래에 낼 부채인 텍스, 엄마아빠 용돈 그리고 오 년 만의 방문을 위한 본인꾸미기 비용. 아주 오랜만의 귀국이라 너무 평소대로 가면 잘 꾸미는 엄마아빠의 눈에는 내가 혹시나 한국에서만큼 행복하지 않다거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잘못된 짐작을 할 수 있기에 모두의 평화를 위해 평소에는 받지 않는 긴 연장 네일과 미용실에 가서 희끗거리는 새치를 지우고 간헐적 단식을 했다. 그러면서 생긴 꽤 생긴 지출들. 사실 이래나 저래나 결국 엄마아빠 눈에는 집 떠나 고생 많이 한 딸의 모습이긴 했지만 한국에 가 보니 생각보다 나의 뷰티에 투자 한 만큼 깔이 나지 않아 결국엔 엄마아빠 돈으로 머리도 하고 손톱도 하고 옷도 사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텍스를 뱉어낼 만큼의 콘도렌트비와 디파짓. 보통 첫 달에는 렌트비와 계약상의 마지막 달 렌트비를 함께 낸다. 그리고 또 다른 큰 지출.. 이사 비용. 지나가버린 돈이지만서도 이걸 쓰면서 아직까지 아이고 내 돈 내 피 같은 돈 소리가 나온다.

아주 긴 서론을 지나 드디어 본론. 토론토에서 나는 이사가 잦다. 내 나름대로 분석한 이곳의 이사문화는 긴 겨울이 시작되기 전, 여름에 이사를 많이 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여름에 매물이 제일 많다. (내 생각에는!) 여기도 포장이사가 있다. 남이 나를 위해 모든 걸 다 해주거나 혹은 본인이 포장을 해서 이사를 한다. 포장이사 박스를 대여해 주는 곳도 있다. 홈디포나 유하울 같은 곳은 이사 패키지라고 해서 박스 사이즈 별로 몇 개, 테이프, 칼, 버블시트 등을 같이 묶어서 판다. 그런데 나는 저런 것도 비싸다. 과연 장을 보고 장바구니 얼마가 아까워 양손 가득 들고 가는 나답다. 혹시나 해서 집 사진(짐 양)과 함께 포장이사 업체에 문의를 했더니 거의 1000불 남짓을 부르시길래 아이고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몸으로 부딪치며 직접 해야 하나 봅니다 하고 곧장 이사 박스와 이사 트럭 대여를 알아봤다. 이사를 위한 렌트 카는 유하울이라는 업체에 예약했는데 트럭사이즈도 다양하고 거리로 돈을 받기 때문에(+기름값)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콘도로 이사하는 나로서는 꽤 경제적이었다.(실제로 75불정도 나옴)

내 이사를 얘기했더니 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죄다 도와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내 50대 직장동료분도 자기 딸이 기숙사 들어갈 때 자차로 이사를 했으니 꼭 연락해 달라고 했다. 아.. 캐나다에서 발견한 것은 자연뿐만이 아니라 진짜 보물같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허리 아프고 무릎 아파 가끔 연차 쓰시는 분께 그런 부탁은 드릴 수 없어 감사함만 받고 친구들의 배려만 받기로 했다.

결국 친구 세명과 함께 이사를 했다. 짐을 옮기는데 하필이면 비도 오고 대강대강 패킹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며 무겁기만 하고 옮기기 까다로운 것들을 옮기는데 아 나 진짜 운동부족이구나 한없이 느꼈다. 콘도에는 짐이 있으니까 운동 매일 해야겠다 하는 하나마나 한 소리를 스스로 하면서 말이다. 네 시간 남짓한 이사를 끝내고 친구들에게 중국집 요리를 대접했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시고요 고량주 한병 주세요 하고 싶었지만 요리 세 개에 쟁반짜장 맥주 세병으로 스스로 합의 보고 기분 좋은 식사를 마쳤다. 한국에서 귀국한 지 이틀 만에 이사를 한 거라 시차적응 할 시간도 없이 그 주 주말에 이사를 하고 남은 주말 모두를 정리하는 데 사용해 극도로 피곤했지만 한 달 휴가를 준 관대한 회사에게 고마워서 월요일 출근을 강행했다. 결국에는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 병가를 냈다. 내 사정을 알고 있던 회사 식구들은 내가 월요일에 나타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한 달 만에 보는 터라 또 반갑고 궁금했고 좋아했다. 어쨌건 더 이상 해 없는 긴 겨울도 두렵지 않고 집 안 가득 해가 가득하고 빨래도 아무 데고나 할 수 있는 좋은 집이 생겼다(빌렸다)!

또 다른 시작이 기대된다. 올해도 열심히 해보자!

결국엔 발코니행인 저 loveseat… 그냥 버리고 올걸

우리 집 발코니에서 보이는 야경…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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