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이나 사람들

2020년 1월 차갑고도 따뜻했던

by Elora szu

분명 15일에 딜리버리를 받기로 했는데 도무지 오질 않아서 전화를 했다. 당일엔 침대를 조립한다고 너무 힘들어 문자만 한통 남겼으나 역사나 답이 없어 어제 오전 가게에 전화를 넣었다. 응 오늘은 안되고 낼 넣어줄게. 내일 오전 괜찮아? 아니 내일 넣어준다뇨. 우유 배달시스템도 아니고 이제 막 이사 와서 가구가 없는데 나 밥은 어떻게 먹고 어디 앉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좁은 동네에 빡빡한 한국인 가시나 하나 있다고 소문이 날까 봐 그냥 그래 내일은 받을 수 있길 바라하고선 나름 뼈 있는 대답을 날리고 끊었다. 대망의 오전. 10시 30분이 되도록 연락 한통이 없어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갑갑함을 을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11시 30분에 전화를 넣어 보라고 제안한다. 나는 성가신 고객이 되는 게 너무 싫어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겠나 언제까지 앉을 곳도 없어서 등받이도 없는 침대에 어정쩡 히 앉아 있는 것보다 낫지. 전화를 하니 딜리버리 팀에게 직접 전화를 걸으라 하신다. 너 이 녀석 한국이었으면 한 소리 들었다 하는 마음을 숨기고 번호를 받아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 이내 도착한다는 답을 받고 기다렸다. 생각해 보니 버저가 안돼서 나한테 전화를 줘야 내가 문을 열 수 있는데 싶어 다시 걸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웬 문신 없는 포스트 말론이 종이와 펜을 들고 순박하게 웃으며 가구 시켰냐고 묻는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부저를 눌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기다리다 들어왔다고 한다. 이윽고 두 명이 가구를 나르고 나는 뻘쭘하게 서 있다가 냉장고에 있는 주스가 생각나 엄마가 누군가 집에 오면 그랬던 것처럼 컵에 주스를 따라놓았다. 근데 거절당했다. 아 내가 쟤네한테는 낯선 사람이지 참. 엄청나게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창문이 얼어서 혼자서 안된다고 부탁을 드렸더니 창문을 부술 기세로 열려고 하시길래 안 열리면 됐다고 괜찮다고 했더니 정말 괜찮냐길래 정말 괜찮다고 했다. 그지 같은 조립을 끝내고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카페 가는 길에 가만 생각해 보니 다들 인상이 빡빡한 게 날씨 탓이 큰 것 같았다. 거의 싸움을 하고 온 사람들처럼 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아주머니가 눈을 마주치자 환한 미소를 보여주신 것, 심각한 표정으로 창문을 보던 할아버지가 다 먹은 브라우니 접시를 웃으며 직원에게 가져다준 것, 세상 심각하게 몰 안으로 뛰어들어가던 남자가 내가 올 때까지 문을 잡고 기다려준 것, 우리 집 아파트 1층 남자가 반듯하고 반가운 환영을 해준 것, 우버 기사들의 친절함, 우버잇츠 기사들의 드라마틱한 친절함(진심으로 맛있게 먹으라고 해줌. 표현이 안되는데 집들이를 주최한 주인처럼 진심으로 맛있게 먹어라고 함) 카페 창 너머로 주차되어 있는 차 아래로 키가 떨어진 사람을 위해 후디만 입은 채로 밖으로 뛰어나가 몸을 엎드려 키를 꺼내준 남자(밖은 -25도) 마트에서 바구니를 들고 지나갈 때마다 그다지 좁지도 않은데 벽으로 딱 붙어 길을 열어준 사람들. 이방인의 시선은 그의 상태에 따라 평이 달라질 수 있는데 만족스러운 식사로 인한 기분 좋음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이곳에서는 첫인상을 무시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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