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2

by JS

세품아 안에서 아이들은 지움학교와 다움학교, 두 부류로 나뉘어 생활합니다. 지움학교는 재판을 받고 처음 온 아이들이 6개월간 머무는 곳이고, 다움학교는 그 과정을 마친 후 더 머물기로 선택한 선배들이 있는 곳입니다. 당연히 다움학교 학생들은 지움학교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다움학교 담당 교사인 제가, 한동안 지움학교의 저녁 당직을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당직 근무자는 그날 있었던 내용을 정리해서 교사들과 공유하는데, 제가 당직을 서는 날에는 늘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요즘 아이들은 참 착하네. 말썽 피우는 아이가 하나 없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움학교 당직 교사가 충원되었고, 저는 다움학교에 보다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움학교 아이가 제게 뜬금없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복싱 얼마나 하셨어요?”

“응? 웬 복싱? 나 3개월 했지.”

“아, 그러시구나.”

“나 복싱 한 건 어떻게 알았어? 3개월 한 게 창피해서 너희한테는 말 안 했는데.”

“애들 다 알아요. 저 그래서 지움학교 시절에 선생님을 얼마나 견제했는데요. 다른 애들도 다 똑같을 걸요.”


옆에서 듣던 다른 아이도 거들었습니다.


“맞아요. 애들이 선생님 얼마나 무서워했는데요. 선생님 당직 하실 때마다 애들이 전부 말 잘 들었죠? 알아서 긴 거예요.”


엥? 이게 무슨 소리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치거나 화를 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가 정면으로 대들어도, 우선 차분하게 만든 후 대화로 푸는 것이 저의 성향입니다. 그런 제가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궁금해진 저는 다른 교사들과 다움학교 아이들의 증언을 통해 마침내 전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금은 세품아를 떠난, 당시 다움학교 소속의 A라는 학생이었습니다. A는 제가 지움학교 당직을 설 때, 혹시라도 지움학교 후배들이 저를 얕잡아 볼까 봐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지움학교의 영향력 있는 아이들을 찾아가 저에 대한 전설을 만들어 퍼뜨렸던 것입니다.


“저 선생님, 보기에는 약해 보이잖아. 화나면 개 무서워. 복싱 배워서 움직임이 장난 아니야. 우리 다움학교 애들이 괜히 저 선생님 말 잘 듣는 줄 알아? 다 맞을까봐 무서워서 그런 거야.”


하아…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지만, A의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서툰 방식이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선배로서, 또 제자로서 선생님을 지켜주려 했던 아이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성을 만드는 것이 우리 세품아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공동체성이란,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다 XX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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