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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Sep 05. 2020

새로운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문경 소녀 일기 (3) 



"고모산성이라고 하면, 고모부산성도 있냐고 물어봐요." 

문경의 고모, 고모산성을 만났다. 





고모산성은 삼국시대 5세기경 신라가 북으로부터 침략을 막기 위해 축조됐다고 한다. 임진왜란, 동학농민운동 등 전략적 요충지로 많이 이용되었다. (출처 - 고모산성 팻말) 





돌계단을 오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역사를 감상했다. 





'어딜 그렇게 바삐 가니?' 


손톱만 한 무당벌레도 만났다. 





마치 공기를 흡입하듯 호흡을 크게 했다. 

나무들이 주는 선물, 신선한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켰다. 






전날 비가 와, 똥물이 되어버린 하천을 내려다보면서 추억에 잠겼다. 

3년 전, 이맘때쯤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던 유럽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이 떠올려졌다. 






놀라지 마시라... 

3

2

1

 


유럽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쿠프슈타인의 요새(산성)에서 바라본 전경.



똑같다. 

정말 똑같다. 


3년 전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몰랐던 때 가방을 단단히 매고 두리번거렸던 때로 돌아가 정착했던 그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가족들과 한 번 올라가고, 그 뒤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던 그 요새에서 바라본 풍경이 머릿속에서 상영되었다. 


"어쩌면 내가 문경에 닿게 된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찾겠지, 언젠가.' 


고개를 내민 해가 나의 등을 따스한 햇살로 보담아 주었다. 





햇살이 덜어간 걱정으로 한결 가벼워진 몸. 

스케이트를 신은 것처럼 미끄러지듯 산을 타고 내려갔다. 





문경에 모인 사람들은 아직 서로가 낯설다. 

시간이 흐르면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겠지만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진다.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그대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는 문경 소녀조차 자신이 낯설어졌다. 

3년 전, 입을 앙 다문 채 경계 태세를 갖춘 채 무표정으로 낯선 이들을 지나쳤던 오스트리아 소녀가 생각났다. 





짧은 길이었지만, 함께 올라가고 내려간 경험을 안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함께 저녁을 해 먹었다. 

가마솥만 한 크기의 냄비를 가득 채운 파프리카, 토마토, 양상추 샐러드와 로제 파스타. 


3년 전, 쿠프슈타인 숙소의 공용 부엌에서 한국 친구들과 외국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해 먹었던 순간들이 떠올라졌다. 

어색함을 애써 감추고, 요리하고 설거지했던 그 순간들이 지금 이 순간과 중첩되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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