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문경 소녀 일기 (3)

by 걸어가는



"고모산성이라고 하면, 고모부산성도 있냐고 물어봐요."

문경의 고모, 고모산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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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산성은 삼국시대 5세기경 신라가 북으로부터 침략을 막기 위해 축조됐다고 한다. 임진왜란, 동학농민운동 등 전략적 요충지로 많이 이용되었다. (출처 - 고모산성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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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오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역사를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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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그렇게 바삐 가니?'


손톱만 한 무당벌레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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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기를 흡입하듯 호흡을 크게 했다.

나무들이 주는 선물, 신선한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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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비가 와, 똥물이 되어버린 하천을 내려다보면서 추억에 잠겼다.

3년 전, 이맘때쯤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던 유럽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이 떠올려졌다.






놀라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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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_6368.JPG 유럽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쿠프슈타인의 요새(산성)에서 바라본 전경.



똑같다.

정말 똑같다.


3년 전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몰랐던 때 가방을 단단히 매고 두리번거렸던 때로 돌아가 정착했던 그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가족들과 한 번 올라가고, 그 뒤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던 그 요새에서 바라본 풍경이 머릿속에서 상영되었다.


"어쩌면 내가 문경에 닿게 된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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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겠지, 언젠가.'


고개를 내민 해가 나의 등을 따스한 햇살로 보담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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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덜어간 걱정으로 한결 가벼워진 몸.

스케이트를 신은 것처럼 미끄러지듯 산을 타고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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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 모인 사람들은 아직 서로가 낯설다.

시간이 흐르면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겠지만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진다.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그대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는 문경 소녀조차 자신이 낯설어졌다.

3년 전, 입을 앙 다문 채 경계 태세를 갖춘 채 무표정으로 낯선 이들을 지나쳤던 오스트리아 소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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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길이었지만, 함께 올라가고 내려간 경험을 안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함께 저녁을 해 먹었다.

가마솥만 한 크기의 냄비를 가득 채운 파프리카, 토마토, 양상추 샐러드와 로제 파스타.


3년 전, 쿠프슈타인 숙소의 공용 부엌에서 한국 친구들과 외국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해 먹었던 순간들이 떠올라졌다.

어색함을 애써 감추고, 요리하고 설거지했던 그 순간들이 지금 이 순간과 중첩되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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