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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Sep 08. 2020

문경 소녀 일기 (4)



둥근달이 환하게 비추었던 어느 날.

우리는 꿈을 꿨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을 거듭하다 문경에 착륙했다.




문경읍 전통시장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꿈을 안고 문경으로 모여든 2~30대 청년들과 호흡하며, 함께 가슴 뛰는 일을 시작한다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축) 달빛 탐사대의 탐사대원이 되었다!



문경 토박이 탐대장님, 다양한 창업 프로젝트를 꾸리고 있는 문경의 청년협의체 그리고 매니저님들이 서울에서 온 연고 없는 이 문경 소녀를 아무런 경계심 없이, 의심의 여지없이(물론 면접을 봤지만) 반겨 주셨다.



이름 그대로 달빛처럼 빛날, 탐사대원들은 이제 팀으로 나뉘어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경 소녀가 속한 팀은 먼저, 대원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집들을 보러 나섰다.



"일본 가면 있잖아요. 일본 소도시. 저쪽을 바라보면 그 소도시 같지 않아요?"


말을 걸어준 정겨운 대원과 담소를 나누며 조용한 마을을 누볐다.



가이드도 재밌게 해 주시고 유쾌하신 매니저님이 커피를 쏘셨다.


더운 날씨, 센스 있는 마음 꼭 보답할게요!  



문경으로 내려왔지만 농사할 생각은 없는 문경 소녀.

깻잎을 심고 계시는 아버지 생각나서 찰칵.



문경에서 지내다 보면 몽글몽글 가족들이 생각날 것 같다.



그다음 B코스로(아까는 A코스) 들른 곳은 공유 오피스로 사용될 공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트리.

탐사대원들이 함께 만든 조형물.



문경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현재 부지런히 공사 중인 2번째 공유 오피스를 찾았다.

시끄러운 공사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만히 있는 새끼 강아지가 가여워, 가까이 다가가니 으르렁댄다.



마지막 코스인 공연장, 또는 또 다른 목적으로 쓰일 새로운 곳을 찾았다.

눈을 감고 1년 뒤 이곳의 활기를 상상해 보았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춤을 추는 이들을 바라보고, 잔잔한 울림을 주는 시를 낭송하고, 혀를 감도는 음식을 음미하고,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



그곳에서 "안녕, 나는 문경 소녀."



소설이라는 이 이상한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실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지구와 달의 관계와도 비슷합니다.
달은 무슨 인테리어 소품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떠서 광합성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희미한 태양광만 지구로 반사시키지만,
그럼에도 지구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조수간만의 차를 만들어내고 여성들의 생리주기도 조절합니다.
많은 생물들이 달의 주기에 따라 이동하고 짝을 짓고 산란합니다.
소설도 그와 비슷하게 인간들의 삶에 알게 모르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
소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작용합니다.
그 작용을 우리가 평소에는 의식하지도 못하고 의식할 필요도 없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소설의 가장 멋진 점 아닐까요?
소설은 적어도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 김영하의 <말하다> 中


소설 같은 이 이상한 세계, 문경에서 벌어질 앞으로의 이야기.

달처럼 우리의 삶에 알게 모르게 깊은 영향을 미칠 우리의 이야기.


달빛탐사대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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